|
이 누리꾼은 “진짜 조상 잘 만나 조상 덕 본 사람들은 지금 다 해외여행 가고 없다. 조상 덕이라곤 1도 못 본 인간들이 음식상에 절하고 집에 와서 마누라랑 싸운다”며 자조한다. 이미 수년 전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한 기사에 댓글로 달린 이 메시지는 누리꾼들의 엄청난 공감을 얻으며 몇 년째 ‘명절 명언’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상에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 글은 명절을 맞아 가족들이 모여 조상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관습이 현실사회에서 얼마나 부조리한 결과를 낳는지를 날카롭게 비평하고 있다. 메시지의 초점이 해외여행 간 이들 보다 명절마다 제사 지내고 가족들과 싸우기도 하는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음은 물론이다. 물론 현실과 맞지 않는 과장과 극단적 비유가 섞여 있으나,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둘러싼 가족 간 불화를 봐온 이들에게 이 댓글보다 명절을 잘 설명한 표현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이처럼 한국 사회에서 추석과 같은 명절은 많은 사람들에게 두려운 행사가 돼가고 있다. 특히 3포를 넘어 ‘그냥 인생을 포기했다’는 1포 세대라는 농담까지 나오는 오늘날 청년세대에게 명절은 가족들 얼굴을 보기 더욱 두려운 순간이다. 각종 채용사이트 등에서 실시하는 설문을 보면 취업준비자의 절반 가까이가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취업과 결혼에 성공한 이들도 출산과 같은 개인사에 대한 질문을 피하기 어렵다. 명절 때 가족이나 친지가 물어오는 질문들은 안부 인사라기보다 부담스런 추궁이 됐다.
이런 가운데 명절 관습을 대표하는 제사도 사라지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7년 추석 소비자 패널 5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추석 차례상을 차리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28.8%였다. 이전해 전년 25.6%보다 증가한 수치다. 유통업체 티켓몬스터가 이번 추석을 앞두고 30~40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추석에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40%에 가까웠다. 납골당, 수목묘 등으로 매장 문화가 바뀌어가는 추세와 더불어 선조를 기념하는 방식 역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같은 부작용 속에서도 한국인들은 명절날 오랜만에 이뤄지는 가족의 회합에 여전히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번 연휴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동한 인원은 3600만명에 이르러 귀성길, 귀경길 교통 전쟁이 어김없이 재현됐다. 추석 다음날인 25일 절정을 이룬 고속도로 정체는 26일 오전이 돼서야 풀렸다. 이처럼 전통과 현실 사이 간극은 좀처럼 메워지지 않는 가운데 2018년 추석 연휴 마지막 날도 저물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