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용익의 록코노믹스]세금이 무서워 도망친 뮤지션들

  • 등록 2018-01-06 오전 10:06:06

    수정 2018-01-06 오후 12:33:1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비틀즈는 1960년대에 가장 유명한 밴드였다. 존 레논의 말처럼 예수보다 더 유명하진 않았을지 몰라도 적어도 이들을 모르는 사람은 드물었다. 멤버들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어마어마한 소득을 올렸다.

문제는 세금이었다. 비틀즈가 활동하던 당시 영국의 소득세율은 최고 95%에 달했다. 인기에 도취해 있던 비틀즈는 어느 순간 세금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오죽했으면 이들은 ‘Taxman’을 통해 조세제도의 불공평함을 노래하기도 했다.

비틀즈의 멤버였던 조지 해리슨은 1980년 자서전 ‘I, Me, Mine’에서 “우리는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번 돈의 사실상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이 곡을 쓴 배경을 회고했다.

세금 문제는 비틀즈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그 당시 영국에서 활동하던 인기 뮤지션들은 모두 가혹한 세금 때문에 고통받았다. 1970~1980년대 들어 일부 뮤지션들은 ‘세금 폭탄’을 피해 아예 외국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롤링스톤즈의 키스 리차드와 믹 재거가 1972년 프랑스에서 ‘Exile on Main St.’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롤링스톤즈닷컴)
롤링스톤즈가 대표적이다. 1960년대에 비틀즈와 함께 양대산맥을 이루던 록 밴드 롤링스톤즈는 1971년에는 파산 직전까지 갔다. 잘못된 매니지먼트 계약이 주된 이유였지만 세금 문제도 컸다. 결국 롤링스톤즈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본거지를 프랑스로 옮겼다. 이들의 유명한 앨범 ‘Exile on Main St.’는 프랑스에서 녹음됐다.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 믹 재거는 2010년 인터뷰에서 이같은 도피의 이유에 대해 “당시 100파운드를 벌면 그들(영국 국세청)이 90파운드를 가져가 빚을 갚기도 힘들었다”며 “영국을 떠나자 100파운드 가운데 50파운드 정도는 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글램 록 스타 데이빗 보위는 영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했지만 미국의 세금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1976년 스위스로 망명했다. 보위의 전 부인 안젤라는 회고록에서 “만약 데이빗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했다면 그에게 있지도 않은 30만달러의 세금을 냈어야 했다”며 “스위스에선 세율이 10%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뮤지션들이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영국을 버렸다. 마크 볼란은 스위스로, 캣 스티븐스는 브라질로, 비틀즈의 링고 스타는 몬테카를로로 각각 거주지를 옮겼다. 폴리스의 리드 싱어였던 스팅은 1978년 “나는 세금 망명자가 되길 원치 않아요(I don`t wanna be no tax exile)”라고 노래하더니 2년 뒤 아일랜드로 이주했다.

물론 인기 음악인들의 ‘조세 피난’에 대한 자국 내 여론은 좋지 않았다. 로드 스튜어트가 1975년 미국으로 건너가자 영국 언론과 동료 뮤지션들은 그를 ‘배신자’라고 비난했다. 엘튼 존은 로드 스튜어트와의 만남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음악을 크게 틀어 대화를 거부했다는 일화도 있다.

과거에 비해 세율이 낮아진 요즘도 많은 영국 뮤지션들은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찾고 있다. 다만 달라진 점은 다른 나라로 떠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밴드를 법인화해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에 등록하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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