씁쓸하다. 사촌이 땅을 사서 배가 아픈 게 아니다. 같은 날 앞 다퉈 ‘한국판 광군제’를 외치며 할인행사에 나선 국내 유통기업의 분투가 아쉬워서다. 11일 국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일제히 동시세일에 나섰다. 할인율도 꽤 컸다. 최대 75%를 깎아줬다. 값을 내리니 실적도 좋아졌다. 11번가는 11일 하루 거래액이 지난해보다 37% 증가한 64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정작 국내 소비자는 광군제만을 기억할 뿐, 이커머스가 내건 쇼핑축제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광군제는 할인율 하나로 성공한 게 아니다. 알리바바는 전야제 행사를 열고 드론을 띄워 외딴 섬 주민에게 물품을 배송했다. 광군제 기간 알리바바의 물류 계열사 차이냐오는 물류창고에서 택배 물품을 분류하는 일을 사람 대신 자율주행 로봇에게 맡겼다. ‘쇼(show)’일 수 있다. 다만 광군제가 아니면 볼 수 없는 이벤트다. 축제를 열고 싶거든 이렇게 하라. 당장 올해 11월을 기억하게 해야 내년 11월을 기다릴 수 있다. ‘충격적이게’ 싸거나, 편하거나, 즐거운 경험을 소비자에게 던져줘라.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 교수의 말에 답이 있다. “가장 좋은 광고는 만족한 고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