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3大 미분양 무덤 '고·용·파' 중대형 아파트의 '환생'

  • 등록 2015-11-11 오전 7:30:00

    수정 2015-11-11 오전 8:22:31

분양가 이하로 집값 떨어졌던 3곳

올 들어 중대형 가격 최고 3% 상승

고양 3.3㎡당 매매가 1000만원 탈환


△한 때 ‘미분양 무덤’으로 불렸던 경기도 고양·용인·파주시의 중대형 아파트 매매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거래가 크게 늘고 집값도 상승세다. 고양시 일산서구 덕이동 일대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 [사진=부동산114]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들어선 ‘래미안 이스트팰리스’ 아파트(2393가구).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 위주로 이뤄진 이 단지는 2010년 입주 이후 상당기간 미분양에 시달렸다. 지난해까지도 전용 118.9㎡짜리(옛 46평형) 아파트는 한해 겨우 5건이 매매되는데 그쳤고, 집값은 6억 4000만~7억 1000만원선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확 바꿨다. 거래도 2배 이상 늘고 가격도 10%가량 올랐다. 실제로 전용 118.9㎡형은 올해 1월 11층이 7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9층이 6000만원 오른 7억 6000만원에 팔렸다. 동천동 래미안공인 관계자는 “46평형 매물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7억 5000만~8억원으로 작년과 비교하면 1억원 가까이 뛰었다”며 “한때 집값이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시세가 분양가를 훨씬 웃돌고 찾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올해 1~10월 고양·용인·파주의 3.3㎡당 중대형 아파트값 추이. [자료=부동산114·단위=만원]
상승 탄력받은 중대형 아파트값

수도권 3대 ‘미분양 무덤’이란 오명을 썼던 이른바 ‘고·용·파’(고양·용인·파주시)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값이 올해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중소형 아파트에서 시작된 내집 마련 열기가 미분양에 시달리던 고·용·파 지역의 중대형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KTX(한국고속철도)·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사업 등 교통 호재도 집값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10일 이데일리가 부동산114에 의뢰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고양·용인·파주시 등 3곳의 중대형 아파트값은 올해 초와 비교해 각각 3.3㎡당 991만원→1000만원, 930만→956만원, 718만→725만원 등으로 1~3%가량 올랐다. 지난해까지 집값이 하락만 거듭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고양시는 2014년 1월(1001만원) 이후 1년 10개월만에 3.3㎡당 1000만원 고지 재탈환에 성공했다.

고양시 중대형 아파트값 상승세는 대표 미분양 지역인 식사동과 덕이동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산동구 식사동 ‘위시티블루밍3단지’(1435가구) 전용 145.34㎡짜리 아파트는 올 1월 5억 2728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6000만원 가량 뛴 5억 8700만원에 팔렸다. 이 단지는 극심한 미분양으로 시공사인 벽산건설을 도산으로 몰고 갔지만 이제 과거의 악몽을 떨쳐내고 있다.

또 일산서구 덕이동 ‘하이파크시티 일산아이파크1단지’(693가구) 전용 124.88㎡짜리 아파트값도 같은 기간 4억 3083만원에서 4억 7000만원으로 4000만원 가량 뛰었다. 이 단지 역시 분양가를 30~40% 낮춰 판매하는 등 미분양 털어내기에 안간힘을 썼던 곳이다. 식사동 행복공인 관계자는 “일산 일대는 전세난에 GTX 개통 호재까지 겹쳐 미분양이 다 소진되고 가격도 연초보다 수천만원씩 올랐다”고 말했다.

전세난에다 개발 호재 겹쳐 거래도 급증

이들 지역 중대형 아파트 매매 거래도 급증세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매매 거래량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이들 지역 중대형 아파트 거래량은 총 1만 990건으로 전년 동기(7729건) 대비 41.1% 늘었다. 지역별 증가률은 파주가 48.2%(920건→1363건)로 가장 컸고, 이어 용인 43.2%(4181건→5988건)·고양 38.5%(2628건→3639건) 등의 순이었다.

파주 운정신도시 야당동에 2009년 입주한 ‘한빛마을 한라 비발디 센트럴파크’ 아파트(전용 100~155㎡ 937가구)는 전 가구가 중대형으로만 이뤄졌지만 올해 들어 모두 79건의 매매가 성사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49건)보다 61.2%나 늘어난 수치로, 이미 지난 7월 작년 한해 거래 건수(55건)를 넘어섰다. 전용 120.24㎡짜리 아파트의 매맷값도 4억 2800만원에서 4억 5000만원으로 올랐다.

운정공인 관계자는 “3억~4억원대에 매입 가능한 넓은 집을 찾아 서울에서 넘어오는 전세 수요가 많다”며 “GTX 파주 연장 가능성이 높아진 점도 매매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전세난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이들 지역의 중대형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중소형·중대형 아파트 모두 전셋값이 치솟고 있는데다 서울 재건축 이주 수요까지 겹쳐 이들 지역 중대형 매매시장은 앞으로도 호조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신규 분양 물량 증가에 따른 부담감 탓에 내년 들어선 가격 상승폭이 다소 줄어들 수는 있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미분양 무덤으로 불렸던 고양·용인·파주 등 3곳의 지난해 1~9월과 올해 1~9월 중대형 아파트 매매 거래량 비교. [자료=국토부·단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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