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100% 금연국가 만들려면

  • 등록 2014-09-30 오전 8:11:12

    수정 2014-09-30 오전 8:11:12

[이데일리 김정민 기자] 담배는 가격 탄력성이 낮은 상품이다. 가격이 올라도 흡연율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담배에는 많게는 원가의 수배가 넘는 세금이 붙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2500원짜리 담배의 제조원가와 유통 마진은 950원이다. 나머지 1550원은 모두 세금과 부담금이다. 판매가격 대비 세금 비율이 62%나 된다. 강력한 단속에도 불법 유통되는 면세담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이자 수백년간 담배가 세계 각국에서 전매사업이었던 이유다.

이처럼 높은 과세 비율에도 불구 정부가 담뱃세를 더 올리겠다고 나선 것은 ‘담뱃 살 돈이 아까워 끊게 한다’는 가격 정책이 과거 여러 나라에서 입증된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어서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담뱃값이 가장 싸 누구나 손쉽게 담배를 구매할 수 있어 흡연율을 낮추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미국 연방의무감 보고서(Surgeon General Report, 2012)에 따르면 미국내 성인 흡연자 중 88%는 10대에 흡연을 시작했고, 99%는 26세 이전에 흡연을 시작한다. 30~40대에 뒤늦게 담배를 배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는 올해 들어 청소년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청소년들이 흡연을 위해선 피부와 치아 등 외모를 포기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협박(?)하는 금연 광고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광고비만 수천만 달러에 달한다. 청소년들이 건강보다 외모에 더 신경을 쓴다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금연 캠페인이라고 한다.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는 후문이다. 호주 또한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충격적인 금연 광고로 청소년 흡연율을 절반이나 낮췄다고 한다.

흡연은 습관이 아니라 의존성 만성질환이다. 고치기 힘들다. 아예 청소년 시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최선의 금연 정책이다. 하지만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금연 종합대책 중 청소년 금연 관련 내용은 기본적인 성의조차 없어 보인다.

‘청소년은 성인보다 3~4배 이상 가격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청소년의 흡연 시작 자체를 억제하고, 금연 효과 증가 예상됨’. 담뱃값을 올리면 돈이 없어 끊을 것이란 설명이 전부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성인에 비해 경제적 여유가 없는데다 니코틴 의존도가 낮은 청소년들은 담배 가격이 오르면 어른에 비해 금연할 확률이 월등히 높다.

청소년에 대한 술·담배 판매는 불법이지만 허울 뿐이다. 신분증을 보자는 어른이 드물고 아예 확인할 생각이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청소년들의 부탁을 받고 담배 심부름을 해주는 어른들도 있다. 친절이 아니라 범죄다. 청소년 흡연에 무관심하거나 관대어른들 때문에 우리나라의 청소년 흡연율은 OECD 국가 평균 성인 흡연율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담뱃값을 올리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안일한 생각이라면 한심하다.

100% 금연국가를 만들기 위해선 흡연자들에겐 담배를 권장하고, 청소년들에겐 금연을 강제하면 된다는 우스개처럼 들리는 주장이 있다. 청소년들이 담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차단하면 30~40년 뒤 흡연자들이 대부분 사망해 자연스럽게 금연국가가 된다는 논리다. 극단적이지만 설득력이 있다는 게 무섭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담뱃세 인상으로 늘어난 세수(稅收)를 금연 지원에 적극 활용하겠다며 잇따라 금연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조만간 청소년 금연 지원을 위한 방안도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흡연 청소년들도 나라에 담뱃세를 낸 것은 어른들과 마찬가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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