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핀 낯선 보석에 묻다 '이름이 뭐예요'

모둠모둠 산꽃도감
김병기|600쪽|자연과생태
  • 등록 2013-06-05 오전 9:17:05

    수정 2013-06-05 오전 9:17:05

[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바람이 분다. 초록 들판에 부는 하얀 바람이다. 작은 흰꽃들이 물결처럼 이어졌다. 가지에 붙어 있는 꽃의 배열에서 리듬감이 느껴진다. 모양새가 우아하면서 수줍다. 이 새침한 야생화의 이름은 까치수염이다. 촌스러운 이름이 미안할 만큼 분위기는 낭만적이다. 향기도 은은하단다. 까치수염은 6~8월에 꽃이 핀다. 8월에는 열매가 여물며 꽃받침에 싸여 갈색으로 익는다.

여름이다. 시원한 숲길이 그리운 계절이다. 산과 계곡을 지나며 우연히 만난 낯선 꽃이 반갑다. ‘그런데 이름이 뭐지?’ 감동을 잊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하다. 이들을 위해 책은 산에서 자라는 우리 꽃 325종을 71개 모둠으로 나눠 소개한다. 나리는 나리끼리, 붓꽃은 붓꽃끼리 묶는 식이다. 꽃이나 잎의 생김새가 닮아 많은 사람이 혼동하는 종들을 묶어 비교를 쉽게 했다. 생김새가 독특한 종은 따로 소개했다. ‘야생화 백과사전’ 같다. 생생한 사진이 수북해 꽃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마타리과·쥐손이과 등 낯선 종들이 수두룩하게 꽃을 피운다.

그렇다고 단순한 화보집은 아니다. 20년 전부터 야생화에 빠져 산과 들을 누빈 저자는 우리 꽃의 습성을 꼼꼼히 기록했다. 5만㎡(약 1만 5000평) 임야에 직접 야생화를 길러 본 경험을 토대로 꽃이 자라는 과정도 생생하게 담았다. 책 하단에 적은 꽃말 유래 등도 소소한 읽을거리다. 기린초는 중국에서 전해오는 상상 속 동물 기린의 뿔과 생김새가 비슷해 붙여진 이름이란다. ‘야생화박사’의 경험은 의외의 곳에서 빛난다. 삼지구엽초는 자양강장 효능이 있지만 이와 생김새가 비슷한 꿩의다리는 독성이 있으니 함부로 먹지 말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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