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시티 서울]도심 속 힐링, 무엇이 있을까?

  • 등록 2012-10-19 오전 9:06:31

    수정 2012-10-19 오전 9:06:31

◇자영업자 박광범씨(30)는 주말마다 동호인들과 축구를 한다. 운동량이 부족하다고 느낀 박씨는 평일에도 축구를 할 만한 곳을 찾다가 풋살 구장인 ‘아디다스 올인 파크’를 알게 됐다. 서울 용산에 위치해 동호인들이 모이기에도 좋았고 최신식 시설도 회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박씨는 “서울 도심 한 가운데 이런 공간이 숨어 있다는 것이 놀랍다”며 “시간과 비용을 모두 아끼면서도 주변에 볼거리, 먹을 곳도 많아 운동 후에 식사를 하러 먼 곳까지 이동하지 않아 편하다”고 말했다.

아디다스 올인 파크는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옥상에 조성됐다. 한 달 동안 이 곳에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4000명에 육박한다. 김영민 현대아이파크몰 마케팅실 부장은 “접근성이 좋은 데다 쇼핑몰이 함께 있어 온 가족이 찾기에 좋다”며 “도시 사람들의 힐링을 목적으로 만든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사실 도심에서의 힐링은 공간 부족이 큰 문제였다. 도시에 조성된 몇몇 공원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벅찼다. 틈새를 노린 것이 ‘건물 옥상’. 위험하다는 이유로 출입이 봉쇄됐던 고층 건물의 옥상이 정원으로 탈바꿈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 2002년부터 옥상정원 사업을 시행했다. 현재 서울에만 540개소 24만㎡의 옥상이 정원으로 바뀌었다. 2020년까지 900여 개소 45만㎡의 면적을 옥상정원으로 꾸밀 예정이다. 윤세형 서울시 푸른도시국 조경팀 주무관은 “아직 진행 중인 사업이지만 이번 옥상 녹화 작업을 통해 도시인들은 짬짬이 휴식을 취하며 힐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옥상공원은 문정동 가든파이브에 마련된 포시즌파크다. 이곳은 일반에 상시 공개되어 갖가지 행사가 열린다.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또 다른 쉼터를 제공하는 셈이다.

◇옥상 한켠이나 베란다를 활용해 자신만의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2012년 현재 서울에만 68만㎡의 텃밭이 조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마포구와 강동구, 도봉구, 종로구, 금천구 일대에 폭넓게 분포돼 있다. 학계에서는 서울 인구의 2%가량이 텃밭을 가꾸며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송임봉 서울시 도시영농팀장은 “텃밭은 도시화로 인한 여러가지 문제를 치유하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대표적인 힐링 산업으로 먹거리까지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사업”이라고 전했다.

환경 단체 역시 도심 속 텃밭 가꾸기에 주목한다. 여성환경연대는 서울 홍대와 문래동 인근인 초등학교 2곳과 병원 등지에서 텃밭 사업을 벌이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 매월 첫째, 셋째주 월요일에 워크숍을 열고 노하우를 공유한다. 강수현 대한생활팀 활동가는 “생명을 가꾸는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서로 끈끈한 연대를 맺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외곽의 명산들을 둘러볼 수 있는 서울 둘레길이 도시인들의 새 힐링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오는 2014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둘레길은 북한산과 도봉산, 관악산, 용마산 등 주변의 산길과 하천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한 구간마다 2~3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어 초보자들도 쉽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회사원 강민경(가명·28)씨는 “숲 색·소리·냄새·공기에 집중해 걷다 보면 숲이 몸의 감각을 되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돈이 없어도 제대로된 힐링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산림청 산하 청태산 숲체원 치유센터 이상수 산림치유사도 “현대인들이 여유가 생기면서 본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는 몸의 움직임을 읽기 시작했다”며 “힐링의 등장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차량도로 등으로 단절된 길이 지하도나 생태 육교 등으로 연결되면 모두 202㎞의 서울 둘레길이 완성된다.

◇서른셋 동갑내기 직장인 하정임·최영은씨는 지난 주말을 L호텔에서 보냈다. 둘이서 이틀 동안 쓴 금액은 50여만원 정도.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 호텔에서 운영 중인 38만원짜리 힐링 패키지를 활용해 휴일을 알차게 보냈다. 이들은 주변 산책을 나선 후 오후 5시께 패키지에 포함된 영화관람권(2매)으로 최신 영화를 감상했다. 이후 저녁 식사를 하고, 60분 간 스파 마사지를 즐겼다. 밤에는 편의점에서 사온 2만원짜리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도 냈다.

하씨는 “마음 맞는 친구와 밤새도록 수다를 떠니 쌓였던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라며 “호텔 숙박료가 비싸다고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본다면 아깝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 역시 “일년에 한, 두 번 정도 자신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로 친구와 함께 패키지를 이용한다”며 “내년 설이나 여름 휴가 때 꼭 다시 방문할 계획”이라고 귀뜸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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