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원은 "무주택 기간이 길거나 부양가족 수가 많은 통장을 이용하면 당첨은 떼놓은 당상"이라며 "어떤 단지에 당첨되길 원하느냐에 따라서 통장 가격도 5000만원부터 1억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청약통장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청약통장 거래란 아파트 당첨 확률이 높은 청약가점 보유자가 분양에 앞서 속칭 '떴다방'(이동식 부동산중개업소)에 청약 자격을 파는 것을 말한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인기 아파트 단지 프리미엄(웃돈)이 1억~2억원 이상 높게 형성되자, 전문 중개업자들이 단기 시세차익을 노려 청약통장 매매를 부추기고 있다.
◆당첨되면 1억~2억원 웃돈 소문이 부채질
'아파트 청약통장 친절 상담', '청약 가점제·무주택 통장 상담 환영'…. 16일자 한 생활정보지에는 청약통장 거래를 부추기는 광고가 6건이나 실렸다. '떴다방' 직원들이 인기 지역의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청약통장 매매를 권유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통장 거래 가격은 가입자의 청약가점 점수가 높을수록 올라간다. 가령 판교·광교 신도시 등 인기지역에서 당첨 안정권이라고 할 수 있는 청약가점 67점 이상인 청약통장은 한 개당 7000만~8000만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매제한 완화 등으로 단기차익 노려
이런 현상은 최근 인천 송도·청라지구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최고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탓이 크다. 전매제한 기간 단축으로 인해 불법 거래에서 명의 이전까지 걸리는 기간까지 짧아지자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기 세력도 달라붙고 있다. 경기도 의왕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서울 강남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분양권 매매가 여러 번 가능해진 데다 양도소득세도 줄어 강남 재건축 아파트보다 투자 가치는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적발되면 당첨 취소에 처벌까지
이런 거래는 모두 불법이다. 이들은 관계 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공증과 같은 방법으로 이면 계약서를 작성하고 분양권 매매가 가능해질 때까지 원래 통장 주인의 명의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불법 통장 거래는 올 10월부터 주변 시세의 70% 수준의 가격으로 본격 공급되는 서민용공공주택(보금자리주택) 청약 등에 과열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 청약가점이 낮은 주택 수요자들이 분양 당첨을 위해 편법을 동원하다가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장 거래 후 매도자나 중개업자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거나 잠적할 경우 매수자는 어떤 권리도 보장받을 수 없다. 이런 거래가 관계 당국에 적발될 경우,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 등 처벌을 받는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의 함영진 실장은 "청약통장을 거래하다가 적발되면 당첨 취소는 물론 계약에 문제가 생겨도 어떤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다"며 "통장 불법 거래가 아파트 분양 시장의 과열을 부추기고 수요자들의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약가점제
정부가 실수요자들에 대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을 점수로 계산해 총점이 높은 청약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하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