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폐지한 대한제국 사직제례악, 정식 공연으로 부활

내달 11~12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공연
120여 명 출연, LED 영상 등 극적 요소 가미
  • 등록 2024-06-28 오전 7:45:00

    수정 2024-06-28 오전 7:45:0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종묘제례와 함께 조선의 왕이 직접 주관한 가장 중요한 의식인 ‘사직대제’(社稷大祭)에서 쓰인 ‘사직제례악’이 정식 공연으로 처음 무대에 오른다.

국립국악원 ‘사직제례악’. (사진=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은 2024년도 대표공연 ‘사직제례악’을 오는 7월 11일과 12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선보인다고 28일 밝혔다.

사직제례악은 조선 시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에 쓰이는 음악과 노래, 무용을 의미한다. 사직대제는 1908년 일본의 강압으로 폐지된 뒤 1988년 전주이씨대동종약원(현 사직대제보존회)에 의해 복원됐다. 그러나 사직제례악은 제대로 복원되지 못했다.

국립국악원은 2014년 ‘사직서의궤’(1783)와 일제 강점기 왕실 음악기구였던 이왕직아악부의 음악 자료 등을 토대로 사직제례악의 복원 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10년 만인 올해 대표공연으로 사직제례악을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한제국 시기 자주 국가로서의 위상에 적합한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大韓禮典, 1898)의 내용을 바탕으로 황제국의 위엄을 갖춘 사직제례악을 선보인다. 보다 화려한 왕의 복식, 특종과 특경 등 새로운 악기 추가로 자주 국가로의 위용을 높이고자 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악학궤범’을 바탕으로 복원한 악기 ‘관’, ‘화’, ‘생’, ‘우’의 연주도 만날 수 있다.

이대영 중앙대 교수가 연출을 맡아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무대 영상 등으로 극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120여 명의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참여한다. 무대 위 천정과 바닥에는 LED 스크린을 설치해 제례의 절차를 소개하고, 하늘과 땅이 만나는 공간을 표현하는 등 사직대제가 전하는 특별한 정서를 그려낼 예정이다. 예악당 로비에는 실제 사직대제의 제기(祭器)와 제물(祭物)을 전시하고, 초헌관(初獻官)으로 제사를 주관했던 황제의 복식인 12장복과 12면류관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포토존을 설치한다.

박성범 국립국악원 장악과장은 “백성과 함께 더 나은 세상을 꿈꾸고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던 사직제례악이 공연 작품으로 많은 관객과 만나기를 바란다”며 “사직제례악도 종묘제례악처럼 국가의 문화 기반을 풍요롭게 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자리 잡아 유네스코와 국가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티켓 가격 1만~5만원. 국립국악원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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