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이슬람 성지순례(하지) 기간을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를 찾은 1100명 이상이 숨진 참사에 대해 사우디 정부가 자국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놨다.
|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에서 무슬림 순례자들이 하지 순례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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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고위 관료는 성지순례 참사와 관련해 “극심한 폭염과 힘겨운 기상 조건에서 발생한 사태”라며 “국가가 (관리 책임에) 실패하지 않았지만 위험을 간과한 일부 사람들의 오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는 성지순례 참사 이후 사우디 정부가 내놓은 첫 입장이다.
이번 참사는 한낮 온도가 52도까지 오르는 등 극심한 폭염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AFP에 따르면 올해 성지순례 기간 온열질환 등으로 1126명이 지금까지 목숨을 잃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망자 수를 1170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온열 질환으로 입원한 사람이나 실종된 사람이 수백명이 넘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 수는 2015년 성지순례 기간 압사 사고로 2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최대다.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은 이집트 국적이며, 미국인도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는 무슬림이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인 종교의식이다. 매년 수백만명의 무슬림들은 14세기 예언자 무함마드가 제자들에게 가르친 종교의식을 수행하기 위해 메카의 카바 신전으로 향한다. 이슬람력 12월7∼12일 치러지는데, 올해 하지는 19일에 종료된다.
사우디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0만명 이상의 순례자가 성지를 찾았다. 그 중 160만명 정도는 해외 입국자다.
또한 비공식 순례자 수도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정부는 성지순례 국가별 할당제를 통해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데, 그 때문에 관광비자 등을 통해 사우디에 입국한 뒤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성지순례를 시도하는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
AFP는 이집트 국적 사망자 658명 중 630명이 허가받지 않은 순례자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