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직장인 10명 중 1명(12.3%)은 실직을 경험했다. 실직한 직장인의 74.1%는 해고나 권고사직·희망퇴직·계약기간 만료와 같은 비자발적 퇴사를 경험했지만, 이중 절반(54.9%)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했다. 특히 비정규직은 10명 중 6명(63.3%)이 실업급여를 못 받았다.
지난해 실직한 직장인 중 일부는 해고를 당했음에도 사측의 협박이나 해고사유 수정 때문에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A씨는 이달 초 회의시간에 상급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상사는 사직 사유로 ‘개발 미비에 따른 피해’를 적으라고 요구했다. 그는 A씨가 사직서 제출을 거부하자 지하로 책상을 빼겠다며 협박했다. 직장인 B씨는 지난해 11월 인사담당자에게 해고통보를 받아 회사와 퇴사일정을 조율했다. 하지만 사측이 퇴사사유를 개인 사정으로 명시해 실업급여를 못 받을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7월 정부와 여당은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없애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업급여가 최저임금으로 집계된 세후 월급보다 많다는 지적에 따른 조처다. 당정은 실업급여 반복 수급과 부정수급, 실업급여 수급자의 낮은 재취업률을 개선해야 한다며 실업급여의 지급요건 강화와 하한액 하향 또는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수급액과 수급대상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재정안정화를 꾀하면 실직 노동자의 생계불안을 줄여 재취업을 지원하고자 도입된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며 “일터 약자들을 보호하려면 고용보험 대상을 확대하고, 사용자에게만 있는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노사 양측에 부여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조영훈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실업급여 하한액을 하향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취업과 실직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직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일터 약자들의 잦은 비자발적 이직과 실업급여 미수급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