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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B사에서 일한 수의사 A씨는 2020년 1월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않았던 애완용 제품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다.
유족에 따르면 A씨는 새 업무를 담당하면서 “자존감과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며 하루에 2∼3시간밖에 잠을 못 잔다고 호소했다.
그는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고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기도 했다. A씨의 증상은 그해 말 자신이 담당한 제품 포장에 기재된 성분에서 오류가 발견되며 심화됐다.
결국 A씨는 그해 12월23일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유족들은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며 유족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 측은 A씨 성향에 비추어 “업무로 인한 압박보다는 업무에 대한 개인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현실로 인해 자살에 이른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자살자의 질병, 후유증 정도, 자살자의 주위 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망인은 업무 스트레스로 정상 인식 능력이나 정신적 억제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업무와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 사건 관련 법원 감정의는 “우울증의 발병 및 악화 원인을 하나로 특정하기 어렵고,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우울증 악화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으나 단일 요인은 아니다”라는 소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그 자체로 망인의 업무상 스트레스가 하나의 원인임을 인정한 것”이라고도 짚었다.
이어 “망인의 스트레스 강도에는 피고 주장과 같이 개인적 취약성이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이 같은 사정만으로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과 자살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