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신중섭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추석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한가위 하면 둘러앉은 가족의 모습과 함께 떠오르는 것이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들인데요, 그 풍성함 뒤엔 어마어마한 설거지거리가 따라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요즘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이 ‘이모님’이라면 그런 걱정을 조금 덜어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엔 부족한 성능 때문에 그릇 수납장 신세를 면치 못했으나 이젠 신혼부부들의 필수가전으로까지 올라서고 있는 이 가전. 바로 ‘식기세척기’입니다. 서양에서 태어나 한국 음식을 소화하지 못했던 탓에 외면받다 이젠 한식에 완벽 적응하며 3대 ‘이모님’ 가전으로도 올라선 식기세척기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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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기세척기는 말 그대로 식사 후 음식물로 오염된 식기와 수저를 세척하는 기계입니다. 기계 안에 식기를 넣어두면 다양한 각도에서 고온의 물과 세제가 고압 분사돼 세척을 진행하고 마무리로 헹굼·건조까지 이뤄집니다. 요즘엔 별도의 살균 기능이 탑재되기도 하죠.
식기세척기의 역사는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최초 발명가는 조세핀 코크런이라는 미국 여성인데요, 하인들이 설거지를 하며 자신이 아끼는 그릇을 깨 먹는 일이 자주 생기는 데다 주부의 설거지 부담이 크다는 생각에 자신의 집 공구실에서 직접 세척기를 발명해버립니다. 구리 보일러 솥 안에 와이어로 만든 선반을 만들어 그릇이나 컵을 고정해 놓으면 뜨거운 세제가 섞인 물이 뿜어져 나와 식기를 닦아주는 방식이었죠. 수세미 없이 수압으로 식기를 세척하는 최초의 기계였습니다. 그녀는 이 제품으로 1886년 특허를 내고 7년 뒤 미국 시카고 세계 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합니다. 1897년엔 상품화에 성공, 회사를 차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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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SK매직(구 동양매직)이 시장점유율 40% 수준으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LG전자(066570)와 삼성전자(005930)가 각각 20~30%대로 뒤를 이으며 3파전을 벌이고 양상입니다. 국내 최초로 식기세척기를 선보인 건 1987년 삼성전자였습니다. 이후 금성(현 LG전자)이 1988년 세계 최초 ‘불림’ 기능을 탑재한 식기세척기를, 동양매직이 1993년 밥풀 세척력 강화를 위한 최초의 냉·온수 겸용 식기세척기를 잇따라 내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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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서도 국내 가전업계는 식기세척기 연구·개발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2014년 세계 최초로 기존보다 더 강력한 세척 방식인 ‘워터월(Water Wall)’ 방식을 탑재한 식기세척기를 내놨고, 2015년엔 SK매직과 삼성이 각각 6인용, 12인용 제품에 건조 후 내부 습기 방지를 위한 자동문열림 기능을 국내 최초로 탑재합니다. LG전자는 2019년 스팀 기술을 탑재, 세척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최근에는 소비자의 취향에 맞게 패널을 교체할 수 있는 삼성 ‘비스포크(BESPOKE)’ 식기세척기와 싱크대 위에 올려쓰는 카운터탑 형태의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국내 최초 14인용 식기세척기인 SK매직 ‘트리플케어 식기세척기 와이드’ 등 다양한 수요에 맞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LG는 토네이도 세척날개를 중심으로 총 54개의 토출구에서 입체 물살을 만들어 강력한 세척 기능을 탑재한 DIOS 식기세척기를 내놨습니다. 저소음·저전력으로 설계돼 심야에도 사용가능하며 전기요금까지 아껴준다고 하네요.
이처럼 세척력 면에서 ‘한국화’에 성공하고 스팀·살균·열풍건조 등 다양한 기능까지 더해지자 식기세척기의 인기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건조기·로봇청소기 등과 함께 국내 시장에서 ‘3대 이모님’이라고 불릴 정도 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 규모는 2018년까지만 해도 10만대 정도에 불과했지만 2019년 20만대, 지난해 30만대로 그야말로 ‘폭풍 성장’했습니다. 지난해부턴 코로나19 여파로 실내 생활이 늘면서 성장세가 더욱 가팔라졌다는 게 업계 분석입니다.
맞벌이 등으로 가사 노동을 최대한 줄이려는 신혼부부들에게 필수 가전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수요 증가의 한 이유로 꼽힙니다. 업계는 올해 국내 식기세척기 시장이 45만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