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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8시쯤 조씨는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면서 포토라인에 섰다. 당시 조씨는 휠라 로고가 크게 새겨진 보라색 맨투맨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가 휠라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은 즉각 공중파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국민에게 전달됐다.
휠라홀딩스 측은 크게 당황했다. 1020세대를 주요 타겟층으로 삼은 브랜드 이미지가 조주빈 씨 때문에 크게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휠라홀딩스 측은 즉각 언론에 “주고객층인 10대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오고 있는 휠라로서 이번 일로 특히 더욱 깊은 유감과 함께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 보도 영상 및 사진에 모자이크를 부탁하는 입장문을 보냈다.
다만 휠라홀딩스의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24일 2만850원에 거래를 마쳤던 휠라홀딩스의 주가는 25일 2만7050원으로 29.7%(6200원) 급상승했다. 휠라홀딩스가 주가 부양을 목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들어가서다. 대형 악재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주주들은 일회성 이벤트보다는 휠라홀딩스의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에 무게를 둔 것이다. 실적 개선을 위해 휠라홀딩스가 쌓아올린 공든 탑이 쉬이 무너지지 않은 셈이다.
꼬리가 머리를 먹다... 휠라코리아, 본사 인수
휠라는 1911년 이탈리아의 필라(FILA) 형제가 창업한 의류 브랜드다. 역사만 따지면 10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속옷 위주로 생산하던 의류 업체 휠라는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스포츠웨어를 전문으로 생산하면서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서게 된다. 국내에는 1991년 둥지를 텄고 KBL 등의 메인 스폰서로 활약하면서 국내 중고등학생에게 인지도를 쌓아 상당히 높은 인기를 누렸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011년에는 미래에셋PE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계 최대 골프용품 브랜드 타이틀리스트를 보유한 아쿠쉬네트를 인수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2016년에는 아쿠쉬네트를 뉴욕주식거래소(NYSE)에 상장했고 이후 아쿠쉬네트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2015년에는 부진하던 아웃도어 사업을 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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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 패션 붐으로 날개 단 휠라, 안정성 최고
2018년에는 미국 신발 전문 매체 풋웨어뉴스에서 휠라의 운동화 디스럽터2를 ‘2018 올해의 신발’로 선정되는 등 북미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누렸다. 북미 지역의 인기는 중국에서의 인기로 이어졌다. 미국에서도 먹히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이에 따라 중국 시장에서의 성장은 물론이고,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도 면세점에서 휠라를 구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휠라코리아는 외형 성장은 물론 실적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15년 연결 기준 매출액 8157억원, 영업이익 806억원을 기록했던 휠라코리아는 지난해 매출액 3조4504억원, 영업이익 4707억원을 달성하며 급성장했다. 한편 휠라코리아는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위해 물적분할을 진행, 기존 상장법인은 휠라홀딩스로 개명해 지주회사로 두고 신설 법인은 휠라코리아란 이름으로 의류 사업을 지속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다만 모든 패션·유통기업과 마찬가지로 휠라홀딩스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에 따른 소비 감소 영향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코로나19의 영향을 반영해 휠라홀딩스의 올해 연결 기준 매출 및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7.4%, 16.2%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조씨가 휠라 맨투맨 티셔츠를 입는 등 생각지 못한 유탄도 맞아야 했다.
그러나 휠라코리아가 쌓아올린 탄탄한 재무 안정성과 글로벌 인지도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 한 한 증권 업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실적 부진은 피할 수 없지만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이 18% 감소한 상태고 유통사들의 매출채권도 보험에 가입돼 유통업체들의 도산에 따른 피해도 적을 것”이라며 “조씨 이슈와 같은 단발성 이슈가 휠라홀딩스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