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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는 지난 5일 레모네이드앤코(Lemonade&co)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페에서 박소윤 대표를 만나 그가 컨슈머 인사이트 컨설턴트(CONSUMER INSIGHT CONSULTANT)로서 만들어 온 다양한 브랜드 전략 이야기와 향후 사업 계획 등에 대해서 들어봤다.
- 레모네이드앤코(Lemonade&co). 상호가 흥미롭다.
“레모네이드의 어원을 살펴보면 미국에서 레몬은 못생기고 맛도 시고 굉장히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레몬을 잘게 잘라서 소다, 시럽 등을 넣었을 때 레모네이드란 맛있는 음료로 변한다. 이처럼 클라이언트가 자기들이 풀 수 없는 고민, 즉 레몬을 가져올 때 미국에서 레모네이드가 탄생한 것처럼 우리가 클라이언트의 풀리지 않는 고민을 다양한 인사이트와 분석, 전략을 통해 성공 솔루션을 제안하겠다는 비유적 의미를 갖고 있다.”
“기본적으로 마케팅, 리서치 전문 기업으로 보면 된다. 여타 동종 기업과 달리 포커스 그룹 디스쿠션(FOCUS GROUP DISCUSSION)을 통해 인간이 말을 하는 버벌텀을 분석한다. 소비자에 대한 통계적인 데이터와 버벌텀, 이미지 분석, 관찰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어내고 있다. 이 인사이트를 통해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제안, 실행하고 있다.”
- 화장품, 패션 브랜드의 전략 성과가 눈에 띈다.
“국내외 주요 화장품,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및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담당했다. 국내 화장품 대표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의 주요 브랜드와 신제품 커뮤니케이션 전략, SK2(P&G) 남성 화장품 등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의 전략을 수립, 실행했다.”
“SK2의 남성 화장품 한국 런칭 때는 P&G 아시아본사가 직접 저를 지정해 한국 런칭 전 3년간 전속 담당으로 역할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인사이트를 뽑기 위해 관찰이란 기법을 사용한 적이 있다. 남자들이 백화점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려고 할 때 여자 판매원 앞에 가면 100이면 100명의 귀가 빨개지는 것을 관찰했다. 남자들이 자신의 피부상태에 대해 여자 판매원들에게 얘기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이었다. 이에 매장에 들어오는 남자 고객들에게 전단지를 하나 줘서 1차적으로 시선을 돌리게 해 남성들이 부담 없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피부에 상태에 얘기하고 제품에 대한 문의를 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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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 외에 대학에서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분야에서 전문적으로 일을 오래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는데, 나도 그랬다. 그때 박사를 시작했다. 우연한 기회에 어떤 모임에 갔는데 경희대 경제학 박사로부터 강의 제안을 받았다. 특강이 아닌 정규 강의를 제안했다. 그 계기로 6년 전에 박사를 시작하면서 운 좋게 마케팅 원론 강의를 시작하게 됐다. 마케팅이 철학이 아니다 보니까 실무경력과 이론을 적절히 믹스해서 강의하다 보니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지난 6년 동안 강의 평점이 10점 만점에서 9점을 안 넘은 적이 없다. 개인적으로 강의에 대한 일적인 즐거움도 느낄 수 있게 됐고, 피칭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현재 즐거운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강의를 하고 있다.”
- 사업을 하면서 꼭 지키는 원칙이 있나.
“한 가지가 있다. 고정 클라이언트의 경우 오랜 시간 동안 담당자가 변경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에게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참신하지 않고 고여 있는 물로 보여 지기 싫기 때문에 나 스스로 쇄신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계속 쇄신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머물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늘 변화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클라이언트에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지켜온 칙이고 앞으로도 끝까지 가져가려고 하는 원칙이다.”
- 레모네이드앤코(Lemonade& co)만의 경쟁력을 꼽는다면.
“마케팅 일을 같이 했던 사수가 좋은 마케터가 되기 위한 세 가지에 대해서 얘기했던 적이 있다. 첫 번째가 이론적 배경, 두 번 째가 동물적 감각, 세 번 째가 고민하는 태도 이렇게 세가지였다. 이론적 배경은 공부하면 되고, 고민하는 태도는 ‘얼마나 전략적으로 영리하게 고민하느냐’로 좌우되는 데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습득이 가능하다. 전 이 두 가지와 더불어 약간은 타고 다는 부분이기도 한데 ‘동물적 감각’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주변의 큰 회사에서 저 정도의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사나 대표급이다. 조직 구조상 이들의 인사이트가 클라이언트 프로젝트에 100% 반영되기 어려운 여건인 것이다. 하지만 레모네이드앤코는 1부터 100까지 제가 전부 관여하기 때문에 제 통찰력이 안들어가는 것이 없다. 이 부분이 클라이언트들이 가장 신뢰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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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것이 확실한 시대다. 말의 아이러니가 있지만, 너무 트렌드만 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런 맥락에서 ’다시 생각하자(RE-THINK)‘란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실패 했던 제품이나 상품 등을 모아놓은 ’실패박물관‘이란 곳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성공하는 몇 개의 아이템 외에 다수의 신제품이 실패한다. 실패의 요인이 다양할 수 있지만, 전략적으로 맞는 신제품일지라도 전술이 잘못돼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실패작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자라는 것이다. 과거의 실패작들이 이미 지난 것들이라고 치부하지 말고 이 실패작들이 새로운 시대와 전술을 만났을 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미리 짐작할 수 없는 것이다.”
“정확한 계획의 수립은 필수지만 우발적이고 우연적인 요소를 감안해서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창발적(팝업적)사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At-home-try-on을 통해 와비파커는 당시 룩소티카라고 하는 거대한 골리앗과의 싸움에 승부를 던져 유명해진 스타트업 회사다. 이들은 런칭 초기에 물량이 동이 나지만 미처 품질 기능을 홈페이지에 넣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서 이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매장으로 달려갈테니, 집으로 배달하지 않아도 된다’란는 반응을 보였다. 막 시작한 스타트업 브랜드에 쇼룸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들은 이러한 EMERGENT한 상황에 ‘우리는 쇼룸이 없어요’라는 결정을 내리지 않고 창업자의 아파트의 부엌 식탁에 작은 쇼룸을 마련해 우발적 상황에 창발적으로 재치있게 대응했다. 정확한 계획도 물론 필요하지만, 이러한 유연한 대응 전략이 절실한 시점으로 본다.”
- 마케팅 컨설팅을 받기 쉽지 않은 중소기업 관계자들에게 ‘이것만은 꼭 명심하자’란 조언을 한다면.
“소비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알아야 한다. 구글 같은 경우 기술적인 것을 접목을 할 때 전문가의 시선이 아닌 사용자나 소비자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기 위해 맥주를 한잔씩 마시기도 한다고 한다. 소비자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이다. 어차피 모든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봐야한다. 이를 위해 ’쇄신‘을 기본으로 깔고 소비자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들의 불편한 상황(PAIN POINT)을 건드려주느냐가 성공의 축을 바꾼다.”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아직 사업적 포부를 구체적으로 말하기에는 이른 것 같다. 다만 지금까지 인생을 살아오면서 선물 같은 의외성을 경험하고 있지만, 아직 ’기적‘이란 것은 보지 못한 것 같다. 진부하지 않은 동물적인 기적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 싶다.”
인터뷰 : 김재홍 편집장ㅣ 정리·사진 : 문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