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삶 한방에 날아간다…시니어 사기 조심

  • 등록 2017-07-22 오전 8:00:00

    수정 2017-07-22 오전 8:00:00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은퇴 전에 연금저축 등 매달 꼬박꼬박 돈이 나오는 금융상품을 몇 개 들어놓은 김명석(72)씨. 은퇴 후 아내와 함께 외손자를 봐주면서 가끔 친구들과 근교 나들이를 가기도 하고 재미로 주식투자도 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외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돌아왔는데 전화가 한통 왔다. 한 남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딸이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났다며 딸을 바꿔주겠다고 했다. 휴대폰 너머로 “아빠~”하면서 우는 목소리가 들렸다. 남성은 다시 전화에 대고 병원에 가야 하는데 돈이 필요하다며 200만원을 송금하라고 재촉했다. 당황한 김씨는 일단 계좌번호를 받아적고 끊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일단 딸에게 전화를 했더니 근무 중이라며 별일 없다고 했다. 고전적이고 어눌한 보이스피싱 수법이라 이번엔 무사히 넘겼지만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은퇴 후 삶을 위해 미리 재테크를 통해 노후자금을 만들어놓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기를 당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사기에 넘어가면 한순간에 편안한 노후의 꿈이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22일 KB금융경영연구소와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총 사기범죄 중 60세 이상 시니어층을 대상으로 한 비율이 9.5% 수준이었다. 지난 2011년 4.6%에서 2012년 8.2%, 2013년 8.3%로 계속 늘고 있다.

전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사기 범죄가 약 17% 늘어난 반면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범죄는 29% 늘었다.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대표적인 사기는 보이스피싱이다. 금융당국이 2015년 보이스피싱을 민생침해 5대 금융악으로 규정한 이후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덕에 보이스피싱 피해금액과 발생건수는 크게 줄었다. 2015년 7239건이었던 발생건수는 작년 10월 기준 2513건으로 감소했고, 피해금액 역시 1070억원에서 359억원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현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준다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이 등장하는 등 수법이 정교화되고 있다. 특히 노년층의 경우 금융약자인 경우가 많아 새로운 사기수법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20대와 30대가 각각 40.2%, 18.5%로 가장 많았고 60대(12.4%), 70대(10.6%)가 뒤를 이었다. 젊은 층은 사회경험이 많지 않은 반면 자신이 속을 리 없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고, 인터넷과 모바일 뱅킹에 익숙해 즉시 송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를 많이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60대 이상 시니어는 보이스피싱 정보에 대한 취약성, 노후 및 건강에 대한 근심, 공공기관에 대한 높은 신뢰를 이용하는 등 심리적인 약점을 파고들었다.

보이스피싱 외에도 건강식품이나 의료기기 관련 사기, 무료관광을 빙자한 물품 강매, 상조 관련 사기 등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사기도 상당했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시니어 대상 사기는 피해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한다”며 “시니어 스스로 조심하는 것만으로는 신종 범죄에 대처하기 부족하고 전 세대를 아우른 사회 전체적인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 KB금융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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