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부터 쓰레기까지…지하철 물품보관함 몸살

최근 범죄 연루 활용 감소...보관함 이용시 얼굴촬영 영향
보관기한 경과물품 중 일부는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부
  • 등록 2017-04-10 오전 6:30:00

    수정 2017-04-10 오전 8:59:35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지난 2011년 서울 지하철 7호선 신풍역에 있는 물품보관함에서 아기의 시신이 들어있는 가방이 발견돼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지난해 3월에는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에서 80대 노인이 전화통화를 하면서 물품보관함에 돈다발을 넣으려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역무원의 기지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하철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마련한 지하철 물품보관함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보이스피싱 또는 마약류 운반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 등을 넣어놓는 등 쓰레기통으로 치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마약밀매·보이스피싱 등 범죄 악용도

9일 서울메트로(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도철)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249개역에 현재 311개소에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운영중이다. 개별 보관함 숫자는 6300여개에 이른다. 짧게는 1~2시간에서 길게는 3~5일 가량 물건 보관이 필요한 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한다는 점을 악용한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있다. 메트로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으로 노약자를 유인해 물품보관함에 현금을 넣도록 유도한 뒤 찾아가기도 한다”며 “물품보관함 관리본사의 통합관리 시스템을 활용해 이용패턴이 의심스러울 경우 경찰과 공조해 범인을 체포한 사례가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 1~4호선의 물품보관함 업무를 맡고 있는 새누의 김창민 부대표는 “보이스피싱 집단처럼 마약조직도 물품보관함을 이용해 마약을 운반하는 사례가 있다”며 “빅데이터를 이용해 분석해보면 범죄집단의 경우 같은 비밀번호를 사용하는 등 일정한 패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범죄행위와 연루됐다는 판단이 들어 경찰에 신고해 마약거래현장을 적발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과거 열쇠로 물품보관함을 사용하던 때에는 유골이나 뱀 등 혐오물품을 넣은 사례도 있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물품보관함 시스템을 전자식으로 바꾸고 이용자의 얼굴을 촬영하면서 범죄행위와 연루되거나 혐오 물품을 보과하는 사례는 많이 줄었다.

의류·이불부터 쓰레기까지 방치 물품 다양

최근에는 각종 생활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도철 관계자는 “보관일로부터 일정기간이 지나 회수한 물건을 살펴보면 과자, 반찬, 케잌 등 먹다 남은 음식물이나 쓰레기, 김치 등 쉽게 부패하는 물품들이 종종 발견된다”고 말했다.

메트로의 경우 물품보관함에서 3일이상 경과하면 해당 물품을 지하철 2호선 대림역에 있는 고객센터로 옮긴다. 이후 1개월간 공시 및 보관(서류 등 중요물품은 1년 이상)한 뒤 폐기 절차를 밟는다. 물품보관함에서 찾아가지 않는 물건은 의류, 이불, 목도리, 소형 가전 등 월 평균 50개 가량이다.

김 부대표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는 물품 가운데 재활용이 가능하고 쓸만한 물품은 재생센터나 아름다운 가게 등에 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철은 보관일로부터 5일 이상 지나면 이를 수거해 왕십리역(5호선)과 내방역(7호선)에 있는 창고에 최장 1개월간 보관한다. 도철 관계자는 “깜빡하고 물품을 찾지 못한 경우 물품보관함 콜센터에 문의하면 요금과 회수장소, 방법 등을 안내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 무인 물품보관함. (사진= 서울도시철도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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