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 절차 착수가 돌연 내년으로 연기됐다.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와 신용등급에 미칠 영향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시장에서의 평판리스크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 IPO 추진 약속 저버려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의 IPO 대표주관사인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이르면 내년 1분기중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당초 연내 청구하겠다던 계획이 늦춰진 것으로,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상장 목표 달성도 쉽지 않아졌다. 앞서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14년 3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투자금 회수 방안으로 3년내 IPO 추진을 공언했다. 올해 말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약속한 시점이 지나게 된다. 신동기 이랜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12월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하겠다”고 재확인했지만 결국 공염불이 됐다. IPO 추진 약정을 어길 경우 상환전환우선주 조기 상환이나 차환 시점에 연 2%의 패널티 금리를 물어야 한다.
재무구조 악영향 미칠까 촉각
이랜드리테일 IPO는 이랜드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티니위니 매각대금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하더라도 여전히 3조6000억원 정도의 순차입금이 남아있다. 부채비율은 300%에서 214%로, 순차입금 의존도는 51%에서 44%로 낮아지지만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티니위니 매각만으로 자구계획이 종료될 경우 현재 ‘BBB’인 이랜드그룹의 신용등급이 추가로 강등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시가총액이 최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이랜드리테일 상장을 통해 대규모 자본 확충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건의 부동산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그 효과는 이랜드리테일 IPO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다만 기업 신인도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서 평판리스크가 악화되고 시장내에서의 불안감이 커질 수 있다. 정 연구원도 “자꾸 약속을 안 지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IPO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유동성 확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IB업계에서는 IPO가 아예 무산되는 단계까지 가진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킴스클럽 매각 취소와 이랜드패션차이나홀딩스 프리IPO 무산 등 당초 약속을 깨뜨린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 IPO 계획 역시 지난 2014년 이후 여러 번 번복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