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株스토리]천덕꾸러기 SK하이닉스, 업황 회복 덕 볼까

현대·LG 빅딜…워크아웃 후 10여년만 SK 새주인 ‘굴곡사’
대규모 감자로 100원대 주가 굴욕…업황 개선에 380배↑
최태원 ‘46조 투자’ 천명…하반기 실적 개선 기대감 커져
  • 등록 2016-08-19 오전 6:45:45

    수정 2016-08-19 오전 6:45:45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글로벌 반도체기업 SK하이닉스(000660). 십수년전만 해도 최근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는 조선·해운업체들과 비슷한 처지였다. 2001년에는 2조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으며 한때 주가가 100원대까지 떨어지는 굴욕도 겪었다. 하지만 꾸준한 경영 정상화 노력을 통해 이제는 SK그룹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했다. 업황 개선 기대감에 따른 관심과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입지를 확대할 수 있을까

현대·LG 빅딜로 탄생…결국 SK 품 안에

SK하이닉스는 현대그룹에 속했다가 LG반도체와의 합병을 거쳐 마지막으로 SK그룹 품으로 안기는 등 숱한 변화를 겼었다. 1949년 국도건설로 시작해 1983년 현대그룹에 편입되면서 현대전자산업으로 상호를 바꿨다.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하게 된 것은 1999년 정부의 반도체 사업 구조조정 계획에 따른 조치였다.

정치 논리에 따라 통합 반도체 회사로 출범했지만 현대그룹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2조5000억원이 넘는 LG반도체 인수대금 지급, 업황 침체에 현대그룹 왕자의 난 등 진통을 겪었다. 2001년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에 들어가고 하이닉스로 사명을 변경한다. 합병 전인 1998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조4200억원, 238억원에서 1999년 6조100억원, 6500억원으로 급증했지만 2000년 영업손실 2조3300억원, 당기순손실 2조4900억원을 기록한다. 이후 2003년까지 4년간 기록한 영업손실은 4조8000억원, 당기순손실 11조8200억원에 달한다.

채권단 매각 과정에서 경쟁사인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될 뻔했다가 무산된 후 장기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들어갔다. 2009년께 효성으로 매각이 성사 단계에 이르렀다가 중단 된 후 2011년 재입찰을 거쳐 2012년 2월 SK로 인수가 확정됐다. 이때 지금의 SK하이닉스로 사명을 정했다.

136원까지 내려갔던 주가 5만원대로 껑충

굴곡의 시간만큼 주가 추이 또한 드라마틱했다. 경영상 주요 이슈나 주력사업인 D램 업황에 따라 주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액정표시장치(LCD) 부문을 분사하고 순수 반도체 업체로 시작한 2001년 하반기부터 과당 경쟁으로 실적이 부진, 주가 또한 하락했다. D램 가격은 2000년 4.93달러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1.88달러까지 폭락했다. 주가는 1990년대 후반 3만~4만원대에서 2000년 하반기 1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유동성 위기감이 극대화된 2001년 1000원 이하로 내려가 ‘동전주’ 신세가 됐다. 이후 채권단 지원 결정이 내려지며 반등 기미를 보였지만 2002년 채권단의 3조원 규모 출자전환과 감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내렸다. 이듬해 3월 보통주 21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실시하자 주가는 사상 최저수준인 136원으로 폭락했다.

이후 2003년 3분기부터 2007년 3분기까지 17개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면서 절치부심한다. D램 가격도 2달러 중후반대로 회복하고 2000년대초 10% 초반이던 점유율도 2007년 20% 이상으로 상승했다. 2007년 매출액은 8조6400억원, 영업이익 5100억원을 기록했으며 주가 또한 3만원 중후반대로 회복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쳐 D램 가격이 또 내리고 매각 무산을 겪으며 2011년 8월 1만원대로 다시 떨어졌다. 2012년 2월 SK로 피인수는 전환점이었다. 스마트폰·태블릿 주요 부품인 모바일 D램과 낸드(NAND) 경쟁력을 강화하고 중국 로컬업체 메모리 매출도 늘렸다.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 수혜도 입으면서 실적은 연일 개선됐다. 매출액은 2013년 13조9000억원, 지난해 18조7800억원으로 매년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같은기간 2조8000억원에서 4조200억원으로 성장했다. 주가 또한 꾸준히 오르며 지난해 5월 최고가인 5만1700원을 기록했다. 최저가였던 136원과 비교하면 380배 가량 급등한 수준이다.



3D낸드 등 본격 투자…외인 투자자 군침

수조원대 손실을 내며 청산 위기까지 겪던 SK하이닉스의 반전은 최근 기업들이 잇단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채권단은 대규모 빚을 출자전환하면서 유동성에 숨통을 틔워줬고 ‘치킨 게임’으로도 불렸던 반도체 사업의 가격경쟁과 잇단 매각 무산도 버텼다. 새로운 주인이 된 SK그룹 역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외형 성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출소 직후 SK하이닉스와 관련해 반도체 공장 2개를 추가하는 등 46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올초에는 연간 6조원 규모 투자계획을 밝혔으며 상반기에만 벌써 3조1400억원 가량을 집행했다. 하반기부터 3D 낸드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다.

상반기 실적은 예상을 웃도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3분기부터 D램 공급 둔화에 따른 업황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최근 주가 역시 상승세다. 최근 두달(6월18일~8월18일) SK하이닉스 주가는 18% 가량 상승했다. 이 기간 외국인의 순매수 규모는 6300억원이 넘는다. 이날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삼성전자(005930)의 경우 같은기간 1800억원 가량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반도체지수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는 등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며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가 더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서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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