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작가 3인의 어디에도 속하고 속하지 못한 '노바디'

해외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타자로서 삶
민영순·윤진미·조숙진의 '디아스포라'
서울시립미술관의 올해 '세마 골드' 5월18일까지
  • 등록 2014-03-14 오전 9:07:37

    수정 2014-03-14 오전 9:07:37

윤진미 ‘어 그룹 오브 67’(사진=서울시립미술관)
[이데일리 김인구 기자] 서울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의 격년제 기획전시인 ‘세마(SeMA) 골드’가 올해 주목한 인물은 해외 여성작가들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거주하고 활동하는 민영순(61)·윤진미(54)·조숙진(54) 등 3명이 주인공.

이들에 주목한 이유는 디아스포라(Diaspora·이산)에서 비롯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고국을 떠나 생활하게 된 예술가들이 겪었을 고민과 갈등에 관한 생생한 예술적 기록이 있어서다. 유대인들이 종교적 성지인 팔레스타인 밖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적 규범과 생활관습을 유지했던 것에 비유된다. 비록 너무 어릴 때 해외로 건너가 모국어를 잊어버렸을 정도지만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언해왔다.

민영순은 2002년 광주비엔날레의 큐레이터로 활동했다. 7세에 미국으로 건너가 LA에서 살면서 한국과 멀어졌으나 코리언 디아스포라에 대한 예술적 조명을 시도했다. 그 예가 이번 전시서 내보인 길거리 사람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묻는 퍼포먼스 영상이다.

8세에 이민 간 윤진미는 캐나다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가다. 현재 사이먼프레이저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작품은 1996년작 ‘어 그룹 오브 67’이다. 캐나다의 자연풍경 앞에 한국인 이민자 67명을 앉혀놓고 찍은 사진이다. 증명사진 자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앞모습은 물론 뒷모습도 똑같은 구도로 찍었다는 것이다. 묘한 대칭을 이룬다. 비서구 여성작가인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탐구이기도 하다.

조숙진은 비교적 늦은 20대 후반에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버려진 나무를 다듬어 만드는 작업을 통해 원초적 생명의 에너지, 존재의 궁극적 근원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조숙진 ‘프레임(Frames)’(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전시를 기획한 여경환 서울시립미술관 큐레이터는 “이질적 문화 속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여성예술가 3인의 여정을 보여줌으로써 이들이 가진 이방인·소수자·여성·노바디의 시각으로 우리 사회를 되돌아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제목도 ‘노바디(Nobody)’다. 쓸모없는 것에서 누군가 삶의 흔적을 발견하듯 어디에도 속할 수 없고 어디에도 속하는 노바디로서의 예술가를 상징하고 있다. 설치·영상·조각 등 20여점을 전시했다. 5월 18일까지. 02-2124-8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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