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3월 30일자 8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천명했다. 52개 주요 생활필수품을 ‘MB 물가지수’로 선정해 집중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해엔 교통요금과 삼겹살 등 주요 10가지 품목의 16개 시·도별 물가비교표를 만들어 공개하라고도 지시했다.
하지만 MB 정부는 고물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 4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연평균 3.6% 올랐다. 참여정부 때(2.9%)와 비교해 1%포인트 가까이 높다. 특히 휘발유와 쌀, 밀가루 등 이른바 MB 물가지수로 불리는 52개 주요 생활필수품의 값은 쉽게 내려갈 줄 모르고 있다.
| ▲ 주요 생필품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출처: 통계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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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따르면 52개 품목 중 쌀(17.6%) 밀가루(8.3%) 고추장(20.0%) 식용유(10.3%) 설탕(16.1%) 휘발유(7.5%) 등을 포함해 무려 37개 품목의 전년 동월대비 상승률이 올랐고, 내린 품목은 13개에 불과했다. MB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7년과 비교해서도 서민들의 체감물가를 결정지을 품목들의 상승률은 고공행진했다.
물론 정부가 뒷짐지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선제적인 정책보다는 두더지 잡기 식 후속조치만 나왔다. 기업의 팔 비틀기로 통신요금을 낮추려 했고, 금반지를 빼며 물가지수를 개편하기도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물가 당국을 자처하며 가공식품 등 각종 제품의 가격 인상을 억제하거나 내리려고 애썼다. 급기야 대통령의 지시로 물가관리책임제를 실시해 쌀, 배추 국장이 탄생했다. 하지만 미시적이고 단기적인 대책으로 물가를 되돌리기는 역부족이었다.
거시적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거셌다. 특히 물가가 한창 고공행진 중이던 지난해 물가 당국인 한국은행은 정부 눈치를 보며 제 때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남은 1년 역시 고물가의 덫에서 헤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기름값과 공공요금 등이 변수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선 상태고, 4월 총선 이후로 미뤄진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될 공산이 크다. 4%대를 이어가고 있는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서민생활과 밀접한 52개 품목의 가격 관리를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실장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릴 수 없다면 물가 면에서 지출을 편하게 하는 면이 중요하다”며 “우리나라만의 특수 요인을 면밀히 조사 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은 기간 새로운 정책들을 쏟아낼 게 아니라 기존 대책들을 수습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실장은 “환율은 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고 결국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데 현재 물가가 매우 불안한 것도 아니고, 경기 여건 등을 봤을 때 당분간 금리를 만지기 어렵다”며 “현재 추세에서 정부가 무언가를 할 여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기다려 보는 게 적절한 대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