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와 항공업계, 화물운송료 담합 과징금 '딴 목소리'

정호열 위원장 "국내 항공사만 예외 없어..그러나 업계 목소리 충분히 수렴"
항공업계 "수천억원대 과징금 부담..누적 적자 많아"
  • 등록 2010-05-07 오전 8:45:33

    수정 2010-05-07 오전 10:28:50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국내외 항공사들의 화물운송료 담합에 따른 과징금 규모 논란과 관련, 당사자인 공정거래위원회와 항공업계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앞으로 3주간 전개될 양측의 논리 공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호열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7일 서울 상의회관에서 열린 조찬 강연에 앞서 "작년까지 (항공업계) 누적 적자가 많았지만 최근 실적이 많이 좋아졌고, (과징금 부과 대상에는) 국내 항공사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정 위원장의 이 발언은 과징금 부과 대상에 외국 항공사들도 포함되는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 항공사들의 '사정'만 고려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날 조찬 강연은 정 위원장이 업계를 상대로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과 공정거래정책 방향`을 이야기 하는 자리로, 이달 말 항공업계 화물운송료 담합 제재를 앞두고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이기도 해서 묘한 긴장감이 형성됐다.

공정위는 지난 2001년부터 국내 양대 항공사를 포함한 26개사가 화물운송료를 가격 담합했다고 보고 오는 26일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미국 법무부가 비슷한 시기의 화물 운송료와 승객 운임 담합 건으로 대한항공(003490)아시아나항공(020560)에 과징금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부과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작년에 액화석유가스(LPG)업계에 부과한 6000억원대의 과징금보다 그 규모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양대 항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작년까지 2년간 순손실이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은 과중하다는 것.

지창훈 대한항공 총괄사장은 이날 조찬 강연에 앞서 "항공산업 경기가 좋아졌다고 해도 그동안 누적 적자가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 사장은 "미국만 항공화물 운송료 담합에 대해 벌금을 부과했고 일본과 홍콩은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언급하며, 힘든 시기에 담합 제재에 나선 공정위에 대해 에둘러 유감을 표시했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도 "수천억원대의 과징금은 부담스럽다"며 "실적이 외부에서 보는 그런 수준까지 좋은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경기침체기에 기업에 과중한 부담을 준다며 수차례 업계와 논리공방을 벌였던 공정위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에 따라 과징금 부과 시기를 저울질하는 한편, 업계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하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3주간 다섯 차례에 걸쳐서 업계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전원회의를 통해 항공업계의 화물운송료 담합 혐의에 대한 과징금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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