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일자리 못만드는 無能정부에 民心 등돌려

한계 드러낸 유럽식 ‘복지 만능주의’
노동회피 → 경기 침체 → 실업 증가 악순환
盧정부 ‘비전2030’ 모델… 정부관계자 당혹
  • 등록 2006-09-19 오전 9:05:52

    수정 2006-09-19 오전 9:05:52

[조선일보 제공] 17일(현지시각 기준) 스웨덴 총선에서 시장친화 정책을 내세운 우파(右派)연합이 승리함에 따라, 1950년대부터 좌파 정당이 주도해온 ‘스웨덴식 복지국가 모델’이 심판대에 올랐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날 보도에서 “과도한 복지지출로 노동자들이 일하기를 싫어하고, 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돼 스웨덴 국민의 염증이 터졌다”며, 스웨덴 경제모델의 한계를 지적했다. 미국계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도 스웨덴 경제의 허상을 분석하는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세계적으로 스웨덴 모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스웨덴을 한국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국가형태로 홍보하며 각종 복지정책을 추진해온 한국 정부가 계속 스웨덴 모델을 고수할지 주목되고 있다.



◆일자리 못 만드는 정부의 무능에 민심 돌아서

스웨덴 모델의 핵심은, 정부가 국민들에게 세금 많이 거둬 복지를 책임지는 ‘큰 정부’에 있다. 국민소득의 절반 이상(50.5%)을 정부가 걷어가고, 그 대신 실업자에게 직전 급여의 80% 수준까지 수당으로 지급할 정도였다. 이 같은 복지지출은 70~80년대만 해도 노사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며 성장동력으로 작용, 스웨덴을 1인당 국민소득 5위권 국가로 올려 놓았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쟁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복지병(病)’이 깊숙이 파고 들었다. 이런 가운데 총선을 4개월 앞둔 지난 5월, 맥킨지가 내놓은 한 권의 보고서가 스웨덴 정가(政街)를 흔들었고, 결국 스웨덴 국민은 우파의 시장경제 모델에 손을 들어줬다. 맥킨지는 ‘스웨덴의 경제성과, 최근 추세와 우선과제’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스웨덴 정부가 공식적으로 내놓는 2004년 실업률은 5.4%지만, 각종 복지정책에 숨어있는 실제적인 실업자까지 합하면 17% 수준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국민들이 일하지 않고서도 먹고 살기에 충분한 실업수당을 받기 때문에, 일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노동시장에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웨덴 경제의 일자리 창출능력이 1992~2003년 OECD 주요 국가들 가운데 꼴찌로 추락한 사실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이 기간 아일랜드는 평균 2.1% 취업자가 매년 증가했고, 네덜란드는 1.4%, 영국 0.5%, 프랑스 0.5% 늘었지만, 스웨덴은 오히려 0.4% 줄어들었다. ‘유럽의 환자’라 조롱당했던 독일의 마이너스(-) 0.2%보다도 감소폭이 컸다.

스웨덴의 저명한 경제학자 닐스 칼슨(Nils Karlson) 박사 분석에 따르면, 스웨덴은 ▲‘큰 정부’ 추진으로 공공부문이 비대해지면서 1950년 이후 민간부문 고용자가 늘지 않고 있고 ▲과도한 세금 등으로 기업가 정신이 위축돼 스톡홀름 증권거래소의 상위 50개 기업 중 1970년대 이후 창업된 회사가 전무했다. 그 결과 스웨덴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 5위(1970년)에서 13위(2004년)로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이에 비해 70년대 유럽의 후진국이었다가 시장친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한 아일랜드는 같은 기간 국민소득 순위가 22위에서 5위로 뛰어올라 스웨덴을 추월했다.

◆헷갈리는 한국 정부 분위기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스웨덴 총선결과에 당혹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삼가고 있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스웨덴 모델의 몰락이니 실패니 하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 스웨덴 국민들이 자체적으로 성장과 복지의 새로운 균형을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부는 “스웨덴식 복지 과잉은 성장에 부담을 주고 경제 전반에 무리를 가져와 결국은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현 정부는 그동안 복지재정을 늘리는 등 ‘큰 정부’ 정책을 추진하면서 스웨덴 배우기에 앞장섰다. 특히 지난달 30일 발표된 복지국가 청사진 ‘비전2030’ 보고서는 향후 1100조원의 재원을 투입해 복지지출을 대폭 늘린다는 구상으로 스웨덴 모델을 거의 베끼다시피 했다.

노 대통령도 스웨덴 모델에 상당한 애착을 보여왔다. 노 대통령은 지난 2004년 7월 당시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을 OECD 대표부 대사로 내보내면서 “스웨덴 복지모델을 공부해 오라”고 지시했고, 2년 뒤인 지난 7월 권 대사를 경제부총리로 임명, 스웨덴식 복지정책 실현에 나섰다. 권 부총리는 노 대통령에게 제출한 보고서에서 “세금을 많이 걷고, 복지도 늘리는 체제하에서 스웨덴이 꾸준히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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