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에 임대아파트 들어서나

  • 등록 2004-04-26 오전 9:17:58

    수정 2004-04-26 오전 9:17:58

[조선일보 제공] 서울에서도 최고 노른자위 땅으로 꼽히는 강남 한복판에 과연 서민용 임대아파트 단지가 들어설까?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제 최근 정부의 주택거래신고제 실시로 강남 지역 아파트 거래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다음 번 집값 안정 대책으로 준비 중인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제’에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온통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현재 추진 중인 환수제 방안에는 재건축 단지 내에 서민용 임대 주택을 건설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 재건축 추진 중인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제’란 낡은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 이익(집값 상승분)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겠다는 방안. 지난 3년 간 집값 폭등이 주로 개발 이익을 기대한 강남 지역 재건축 아파트에 의해 주도됐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같은 조치는 아직 재건축을 시작하지 못한 강남 지역 상당수 아파트 집값에 엄청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건교부 내달 결정 예정 이와 관련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는 5월 중순쯤 16명의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부동산 공개념 검토위원회’를 다시 개최, 최종 방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건교부는 현재 주택정책과 내에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 문제와 관련한 실무반을 편성해 여러 안을 마련 중이며, 5월 회의에 상정해 검토위원들이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안을 고르도록 할 방침이다. chosun.com이 지난 3월에 열렸던 지난 번 공개념 검토위 참석 위원들에 확인한 결과, 건교부는 당시 회의에서 재건축 시 ▲단지 내에 일정 비율의 임대주택 건설 의무화 ▲재건축에 따른 개발 이익 부담금 부과 ▲주변 시설 개선 등을 위한 주거환경 정비 기금 징수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건축을 통해 해당 지역이나 도시의 인구 밀도 등이 높아지고 주변의 각종 기반 시설에도 영향을 주는 만큼 조합원 이익의 일부를 환수해 공공성을 높이는데 쓰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서민용 임대 주택 건설 방안이다. 재건축할 때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서민들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짓도록 한다는 이 방안은 ‘돈을 걷어가겠다’는 다른 안과는 달리 재건축 후의 집값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택 시장에서 임대 아파트와 인접해있는 아파트 가격은, 그렇지 않은 아파트에 비해 낮은 시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이날 모임에서 건교부와 위원들은 임대 주택 의무 건설화 방안에 특히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한 위원은 “건교부가 계층간 사회적 융합(social mix) 등을 염두에 두고, 여러 안 중 임대 주택 의무 건설 방안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부 검토위 위원들도 이 같은 취지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위원은 “개발 이익 환수의 기준 자체만 명확히 된다면 임대 아파트를 짓든 세금으로 걷든 방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했다. ◆ 찬반 교차 반대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한 위원은 1990년대 강남구 수서택지지구 내의 임대아파트 단지 주민과 인접한 일반 아파트 단지 주민 간의 갈등 등을 예로 들며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임대 아파트를 해당 아파트 단지에 같이 짓는 대신 부담금으로 걷어 땅값이 싼 지역에 지으면 아파트를 더 많이 지을 수 있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날 위원들은 논의 끝에 이 문제를 5월 중순 열리는 회의에서 결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 건교부 실무반은 5월 초순까지 추가로 안을 마련할 계획이어서 이런 내용은 수정되거나 새로 추가될 수도 있다. 만일 5월의 검토위 회의에서 지금 같은 재건축 단지 내 임대 아파트 의무 건설 방안이 결정된다면, 강남 아파트 시장에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건교부가 제시한 여러 방안 중, 개발 이익 부담금이나 주거 환경 정비금 징수안의 경우, 재건축 추진 단지 입장에서는 극단적으로 일반 분양가를 아주 높게 책정해 개발 이익 감소분을 어느 정도 상쇄시킬 수 있다. 반면 임대 아파트를 함께 지어야할 경우에는, 재건축 후에도 아파트가 높은 시세를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 아예 재건축 추진 자체를 포기하는 곳이 늘어나리란 관측이다. 부동산뱅크 윤진섭 팀장은 “이럴 경우 재건축 기대감 때문에 상승했던 그동안의 강남 집값도 상당 부분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물론 급격한 집값 하락은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변수는 강남 집값 동향 결국 변수는 향후 강남 지역 집값 동향으로 귀결된다. 끊임없이 상승해온 이 지역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멈추지 않는다면 각종 논란과 세부 절차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임대 주택 건설 방안 등을 담아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제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부는 최근 몇 년간 전국적인 집값 상승을 사전에 차단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검토위 위원들의 결정도 시장 상황에 따라갈 가능성이 있다. 한 참석자는 “지금까지 열렸던 세 차례 회의를 보면, 회의 분위기는 해당 시점의 집값 동향에 따라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개발 이익 환수제의 시행 시기는, 별도 법을 마련해야 할 경우라면, 검토위 결정 시점부터 대략 5~6개월 뒤부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관련법 시행령 개정 등만 필요한 내용이라면 결정 직후 한 두달 내에도 집행될 수 있다. 그러나 시행 시기를 떠나 환수제 실시가 확정되는 순간 강남 주택 시장에는 엄청난 충격파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한편 검토위는 재건축 개발 이익 환수제가 시행되더라도 이미 재건축 사업이 끝난 단지와의 형평성 문제는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의에 참석했던 검토위 위원들 상당수가 “어느 정책이든 소급 적용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밖에 임대 아파트 건설이나 이익 환수의 기준으로는 용적률(아파트를 짓기 위한 대지면적 대비 건축연면적 비율)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현재 용적률 150%인 아파트 단지가 재건축을 통해 220% 단지로 탈바꿈할 경우, 70%를 개발 이익으로 보고 이 가운데 일부를 임대 아파트로 짓게 하거나 환수해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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