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 10건 중 6건이 월세…"전세사기 잡아야 집값 잡는다"

HF 집계 올 상반기 전국 주택 거래량 중 58%가 월세
비아파트 월세 비중, 5년 평균比 16.8%p 오른 70%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지속"…월세 불안 원인돼
"결국 전세사기가 집값 올려…방안 마련 시급" 지적도
  • 등록 2024-09-18 오전 7:30:00

    수정 2024-09-18 오전 7:30: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본격적인 가을 이사시즌을 앞두고 월세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세사기 여파로 상반기 전국 주택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최근 은행권 대출 조이기로 전세 수요가 월세로 몰리는 ‘풍선효과’까지 우려되면서다. 수요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려면 월세난을 촉발한 전세사기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부터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월세 광고 전단.(사진=연합뉴스)


18일 한국주택금융공사(HF) ‘2024년 상반기 주택시장 분석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주택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평균 비중이 46.0%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 매매 또는 전세 대비 월세 수요가 크게 증가한 셈이다.

주목할 대목은 이같은 현상은 아파트보다 연립·다세대·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거래에서 더욱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거래량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3.9%로 최근 5년간 평균(38.3%) 대비 5.6%포인트 증가한 반면 비아파트는 52.8%에서 69.6%로 무려 16.8%포인트 급증하면서다.

이와 관련 HF는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 지속으로 비아파트 전세가 빠르게 감소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집계, 올해 1~7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은 3조818억원으로 전년동기(2조2637억원) 대비 무려 36.1% 증가했다. 전세사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파트 전세 또는 아파트·비아파트 월세로 수요가 빠르게 이동했다는 얘기다.

주택 월세 수요가 늘어나니 가격 급등은 이어진 수순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지난 7월 전국 주택 월세수급동향지수는 97.2로 지난 2022년 10월(98.7) 이후 1년 9개월여만 최고치를 보였다. 전국 주택 월세통합가격지수는 지난해 7월 101.21에서 연일 상승곡선을 그리며 1년 만인 올해 7월 102.35를 기록, 사상 최고치인 2022년 10월 102.97에 근접해가는 모양새다.

가을 본격적인 이사시즌을 앞두고 전국 주택 월세 시장을 둘러싼 수급 불안은 더욱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1단계에 이어 이달부터 2단계가 시행되며 주택담보대출을 옥죄고 나섰고 전세자금대출마저 규제 범위에 포함되면서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당장의 주거문제는 매매나 전월세를 통해서만 해결되는 만큼 매매시장의 대출규제가 강화될수록 전월세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을 이사철이 본격화되는 현 시점의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특히 이같은 전국 주택 전월세 수급 불안과 가격 급상승 흐름은 최근 화두인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 원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전세사기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11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정부에 서울·수도권 등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나타나는 원인을 질의한 결과 ‘전세사기 여파로 인한 아파트 쏠림 현상, 금리인하 기대,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실련은 “전세사기 문제가 세입자들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는 것도 모자라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면서도 정부는 근본적인 전세사기 예방책을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임대인의 반환보증보험 의무가입 등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전세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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