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장' 국회, 선거구 획정 숙제 또 임박해 풀었다[국회기자 24시]

2월 마지막 본회의서 여야 극적 합의
전북 10석 유지하되 비례 의석 1석 줄어
'깜깜이'에 예비후보도, 유권자도 혼란만
  • 등록 2024-03-01 오전 11:30:38

    수정 2024-03-01 오전 11:30:38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4·10 총선에 적용될 선거구 획정안이 결정됐습니다. 지난 2월29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몇 시간 앞두고 여야가 겨우 접점을 찾았습니다. 자칫 하면 3월 임시국회로 넘어갈 뻔한 최악의 경우는 막았고 4년 전 21대 총선보다도 처리 시점이 이틀 앞당겨졌습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 초안은 인구 변화를 반영해 서울·전북에서 각 1석을 줄이고 인천·경기에서 각 1석을 늘리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지난 2월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413회국회(임시회) 제6차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자료=국회)
전북 의석수가 줄어든다는 데 대해 ‘텃밭’을 잃는 더불어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국민의힘 우세지역인 부산 의석수를 줄이자고 맞받아쳤죠. 국민의힘이 이를 받을 리 만무했습니다. 여야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은 채 당초 처리 기한으로 정한 본회의가 다가오자 민주당은 선거구획정위 초안대로 처리하자고 제안했고 국민의힘은 여야가 서울·경기·강원·전남 지역에 대해 잠정 합의했던 특례구역만이라도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핑퐁게임’이 오간 끝에 여야는 비례대표 1석을 줄여 전북 10석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강원 속초·인제·고성·양양과 경기 포천·가평이 그대로 유지되며 서울 면적 수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 우려도 없어졌습니다.

여야가 서로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획정하려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총선은 불과 40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야는 당장 절반가량 진행된 지역구 후보 공천 일부를 조율해야 합니다.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낙동강벨트’ 가운데 부산 북·강서갑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과 전재수 민주당 의원, 북·강서을에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과 변성완 민주당 후보 대진표가 완성됐지만 북·강서 갑·을은 이제 북 갑·을과 강서로 쪼개집니다.

공천 작업이 미뤄졌던 지역구 상당수는 선거구 획정을 기다리던 곳입니다. 3개에서 2개로 줄어드는 서울 노원이나 4개에서 3개로 줄어드는 경기 부천은 아직 양당 후보가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분구가 예정된 인천 서구, 경기 평택·하남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선거구 조정 대상이었던 의원이나 예비후보자가 겪는 어려움은 더합니다. 분구 조정 대상이었던 한 의원은 “내 지역구에 옆동네가 포함된다는데 선거구 획정이 안 되니 선거사무실을 내지도, 현수막을 걸지도, 인사를 하지도 못한 채 시간만 흐른다”고 토로했습니다. 지역구 조정 지역에 출마를 선언한 원외 예비후보도 “명함을 어느 동네까지 돌려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일 큰 피해자는 유권자입니다. 누가 우리를 4년 동안 대표할 수 있을지 이리저리 재고 따져도 모자랄 판에 어느 선거구인지, 어느 후보가 나오는지 파악하는 데 한 달 남짓 기간이 주어지는 것은 충분치 않습니다.

누구 하나 이득을 보지 못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나옵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연초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획정 기한을 현행 선거일 전 1년에서 6개월로 현실화하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이미 시행하는 선거제도로 선거를 치르도록 법에 규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달 2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22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되면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선관위에 넘기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어떤 방식이 가장 합리적일까요. 국회에 맡긴 숙제가 강제하지 않고도 제때 풀리길 바라는 것은 유권자로서 큰 욕심인건지 아쉽기만 합니다.

남인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지난 2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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