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혈액질환의 궁극적 치료는 '조혈모세포이식'

김경하 순천향대 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 등록 2020-12-18 오전 6:46:42

    수정 2020-12-18 오전 6:46:42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흔히 이식에 대해 이야기하면 간이식, 콩팥이식 등의 장기이식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골수이식은 아직 생소하고, 게다가 조혈모세포이식이라고 하면 더 어려운 느낌이다. 혹자는 수술을 떠올리기도 한다.

김경하 순천향대 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여기서 조혈모세포란 ‘피를 만드는 어머니 세포’를 뜻하며, 골수, 혈액, 제대혈 등에서 얻을 수 있다. 조혈모세포이식에 필요한 조혈모세포는 이 세 곳 중 하나로부터 얻는다. 예전에는 주로 골수에서 직접 조혈모세포를 채취했기 때문에 ‘골수이식’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다.

최근에는 말초혈액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해 이식을 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기 때문에 ‘조혈모세포이식’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지난 몇 주간에 저자가 칼럼 주제로 다루었던 백혈병, 림프종, 다발골수종 등의 혈액 질환 치료 중 가장 강도가 높은 치료이자 궁극적인 치료이다. 조혈모세포이식은 일반적인 장기 이식과는 달리 이식을 하기 전에 전 처치로 고용량의 항암요법과 전신방사선치료 등을 시행한다.

이 전처치의 목적은 남아있는 암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환자의 골수를 완전히 비우는 것이다. 그런 다음 이 빈 자리에 자신이나 타인의 조혈모세포를 주입하고 이 세포들이 환자의 골수에 자리를 잡고 정상적으로 조혈능력을 회복하는 ‘생착’을 기다린다.

이 기간은 보통 약 2~4 주 정도가 소요되며, 이 전체의 과정을 조혈모세포이식이라고 한다. 이때 조혈모세포를 주는 사람이 공여자 자신이면 자가이식, 타인이면 동종이식이라고 한다.

참고로 자가이식은 환자 본인의 조혈모세포를 이용하지만 동종이식에서는 적당한 공여자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환자와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해야 공여자가 될 수 있다. 일차적으로는 형제, 자매, 남매에서 찾는다. 같은 부모를 가진 자녀들 사이서 HLA가 일치할 확률은 25% 이다. 혈연간 HLA 가 일치하는 공여자가 없을 때 기증을 서약한 타인 중에서 공여자를 찾게 된다. HLA가 일치하는 타인마저 없는 경우에는 제대혈이나 반만 일치하는 부모자식 간의 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다시 치료 과정을 살펴보면, 조혈모세포 주입 후 생착이 되기 전까지의 기간은 혈액세포 감소로 인한 감염, 출혈, 오심, 구토, 구내염, 설사 등의 여러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서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시기이다. 이 기간에 환자는 무균실에서 부작용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한 집중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 또 다른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동종이식에서 주로 나타나는 ‘이식편대숙주반응’이 있다. 이것은 공여자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몸을 공격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조절하기 위해 면역억제를 투약한다.

이와 같이 조혈모세포이식에는 공여자를 찾게 되는 행운과, 부작용을 견뎌낼 수 있는 환자의 인내와 의지, 환자와 함께 하는 치료자의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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