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130년 역사 국내 호텔업계, 자존심 버렸다

대불호텔, 1889년 개항한 인천에 설립된 최초 호텔
1970년대 삼성, 롯데 등 대기업 호텔 사업 뛰어들어
호캉스와 한류로 호텔 시장 급속히 팽창
코로나로 호텔 업계 비상… 홈쇼핑 판매에 대실까지
  • 등록 2020-08-01 오전 10:00:00

    수정 2020-08-01 오전 10:24:41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개항을 시작으로 약 130여 년에 걸쳐 국내에 뿌리내린 국내 호텔 산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고에 흔들리고 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주요 고객이던 명동의 관광호텔들은 대다수 문을 걸어잠갔고다.

국내 고급 호텔들도 코로나19 한파를 견디기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 브랜드 가치 하락을 우려해 출연을 꺼려하던 홈쇼핑 방송에 상품을 내놓는가 하면 반값 할인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모텔에서만 행해지던 대실도 ‘데이 유즈’ 상품이란 이름으로 도입하는 등 생존을 위해 모든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인천 개항장 거리에 남아있는 대불호텔 전시관(사진=인천개항장거리 공식 홈페이지)


국내 호텔업 130년의 역사

국내 호텔의 효시는 1889년 인천에 지어진 대불호텔로 알려져 있다.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시작으로 인천이 주요 개항장이 되면서 각 국 외교 사절단들을 맞이하기 위한 현대식 호텔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일본인 호리 리키타로(堀力太郞)가 인천 중구 중앙동에 개관한 대불호텔은 서양식 벽돌 건물로 침대 객실 11개, 다다미 방 240개를 갖췄다.

1902년 프랑스 태생의 앙투아네트 손탁이 세운 손탁호텔은 당시 고종 황제가 커피를 즐겨찾는 것으로 유명했다. 일국의 황제가 자주 찾았던 만큼 손탁호텔은 자연스레 정치와 외교의 주무대가 됐다. 현재에도 특급 호텔은 각 국의 외교과 긴밀하게 이어지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민영호텔은 앰배서더 호텔이다. 1955년 서현주 회장은 한국전쟁 이후 미군 및 외교 사절단들의 방문이 빈번해질 것을 예상해 금수장호텔을 열었다. 이후 금수장 호텔은 1965년 이름을 앰배서더로 바꿨고 1987년 프랑스 계열 호텔 체인 그룹 아코르와 파트너십을 맺고 1993년에 개관한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을 열었다.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롯데호텔 서울(사진=호텔롯데 공식 홈페이지)
1970년대부터는 국내 대기업들도 하나 둘 호텔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1973년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반도호텔과 국립중앙도서관 부지를 인수해 롯데호텔을 열었다. 개관 당시 롯데호텔 서울의 높이는 152m로 63빌딩 탄생 이전까지 한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다. 현재 호텔롯데는 국내 1위 호텔 기업으로 성장했고 지난 2017년 6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시그니엘을 열기도 했다.

또 다른 국내 대표 호텔그룹인 호텔신라는 1979년 서울 신라호텔을 개관했다. 박정희 전(前) 대통령이 삼성그룹에 국내 특급 호텔을 지어달라고 요청한 것이 시발점으로 전해진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마이클 잭슨, 빌 게이츠, 톰 크루즈, 펠레 등 유명 인사들이 묵어 외국인에게도 유명하다. 서울 신라호텔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포브스 트레블 가이드에서 5성을 획득해 국내 대표 호텔로 자리매김했다.

신세계 그룹 계열의 신세계조선호텔의 전신은 1914년 환구단 자리에 세워진 조선철도호텔이다.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최신식 건축으로 지어져 당시로서는 최신식 호텔의 대명사였다. 조선총독부 철도국이 관할했고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에는 정부 직영 호텔로 운영했다. 현재는 신세계조선호텔은 부산 웨스틴조선호텔, 포 포인츠 바이 쉐라톤 서울 남산 등 특급 호텔도 운영 중이다.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청사 출국장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사진=연합뉴스)


홈쇼핑 판매에서 대실까지… 자존심 버린 호텔 업계

사실 2000년 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고급 호텔들은 일반인에게도 쉽게 출입하기 어려운 장소였다. 1박에 수십 만원을 호가하는 가격도 부담이었지만 소수 상위 계층의 휴식 공간이나 대형 글로벌 기업들의 비즈니스 장소라는 인식이 강한 탓이었다.

그러나 2010년을 넘어가면서 번잡한 휴양지나 관광지를 피해 도심의 호텔에서 휴가를 즐기는 일명 ‘호캉스’그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내국인들도 고급 호텔을 찾기 시작했다. 또 한류 열풍으로 중국인, 일본인 관광객들이 국내에 몰리면서 국내 호텔은 우후죽순으로 불어났다. 실제로 2014년 1092곳이던 국내 호텔 수는 2018년 국내 호텔 수는 1883개로 4년 사이 72.4% 증가했다.

그러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따른 중국과의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입국이 줄기 시작하면서 호텔 업계에도 암운이 드리워졌다. 여기에 올해 초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번진 코로나19는 직격탄을 날렸다. 현재 서울 주요 호텔의 평일 투숙률은 10% 안팎이며, 대부분 유급 휴직을 진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비어있는 객실을 채우기 위해 홈쇼핑 판매라는 결단을 내리는 곳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본래 고급 호텔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홈쇼핑이나 이커머스 판매를 꺼려했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홈쇼핑, 이커머스에서 판매하는 순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이미지가 생겨 외려 고급 브랜드를 소비하고자 하는 VIP들에게 외면받을 수 있어서다.

GS샵의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단독 판매 방송 이미지(사진=GS홈쇼핑)
GS리테일 계열의 파르나스호텔은 지난 5월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객실을 GS홈쇼핑에서 판매했다. 롯데호텔의 L7과 신세계조선호텔의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숙박권 역시 각각 롯데홈쇼핑과 신세계TV쇼핑에서 판매했다. 르 메르디앙 호텔은 CJ오쇼핑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호텔 업계에서 꺼려하던 ‘데이 유즈’ 상품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데이 유즈는 호텔에 숙박하지 않고 최대 12시간 가량 호텔에 머물며 방과 수영장 등 주요 시설을 이용하는 상품이다. 해외에선 일반적이나 국내에서는 모텔의 ‘대실’ 이미지와 맞물려 출시를 꺼려했던 상품들이다.

한 특급 호텔 관계자는 “현재 국내 호텔은 특급호텔, 관광호텔 할 것 없이 존립을 걱정할 정도로 경영 상 위기에 봉착한 상황”이라면서 “언제 관광 수요가 회복할 지 없는 상황에서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보다는 다양한 맞춤형 상품으로 고객을 모으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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