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노태우 정부는 집주인의 전횡을 막기 위해 주택임대차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을 추진했다. 국회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9년 12월 30일을 기점으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비극이었다. 2년 동안 전셋값을 올리지 못하게 하자 집주인들이 한꺼번에 전셋값을 올렸기 때문이다. 당시 전셋값 파동으로 1990년 봄 세입자 열 댓명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6월 17일 출범 후 21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스무 번 남짓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정권 출범 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은행이자의 몇 배 이상 오른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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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수급에 기여하는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도 서울은 부족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지난해와 올해 매년 4만 가구를 넘어섰다. 하지만 내년과 후년에는 입주물량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현실에서 6·17대책은 전셋값을 다시 한번 들쑤실 가능성이 커졌다. 6·17 대책으로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 내 재건축 분양권을 받기 위해서는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재건축 아파트에 들어오면 이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전세시장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저금리와 보유세 강화로 집주인들은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돌리고 있다.
결국 6·17대책도 서울에서 전세살이하는 서민들의 주거부담과 불안을 가중시킬 확률이 높다. 집값을 잡겠다는 선의로 내놓은 대책이 오히려 전세시장의 반작용과 불안전성을 키울 수 있어서다. ‘선의’로 약을 조제했다 한들 병에 대한 치료 효과보다 부작용이 크면 환자는 의료진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미덥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이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