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글생글 웃으면서 손님을 맞는 역삼동 동네 카페 김 사장. 김 사장은 직업군인을 하다 이십대 후반 전역을 했습니다. 주류회사 영업사원 등의 일을 닥치는대로 하다가 카페를 창업한 건 5년전이었습니다. 막일로 모은 종자돈 1억원을 모조리 카페에 투자한 것이죠. 군인생활을 하면서 다져진 성실함과 체력 덕에 그는 자신이 차린 카페를 본궤도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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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개업하고 6개월은 카페 안에서 먹고 잤습니다. 새벽에 일어나 문을 열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에 커피를 팔았습니다. 밤에는 일본술집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초기 창업 비용과 임대료를 감당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전 7시에 문을 열어 밤 11시에 문을 닫았습니다. 그의 성실성 덕분에 단골도 많이 생겼습니다. 늘어나는 수입에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장사가 안돼 나온 주변 카페 매물을 인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의 주거지는 카페 안에서 고시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집 없이 시작한 그였지만 어느정도 돈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장사에 재미를 붙여가던 2년전 ‘큰 일’이 생겼습니다. 그 사이 스타벅스 매장이 생겼던 것이지요. 어느새 주변 스타벅스 매장은 3곳이 됐다고 합니다. 성수기 하루 500잔 팔던 김 사장의 일 매출은 절반으로 뚝 떨어졌습니다. 요새는 200잔 정도 팔린다고 합니다.
강력한 경쟁 매장 외에 ‘장사의 적’은 또 있었습니다. 치솟는 임대료와 인건비였습니다. 월 180만원에 시작한 임대료는 현재 300만원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법으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한다고 해도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건물주에 돌아가는 몫은 늘어만 갑니다.
김 사장은 “임금 등 다른 비용은 어떻게서든 줄일 수가 있는데, 임대료만큼은 그게 안된다”면서 “임차인의 노력만으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장사가 잘되면 임대료 상승에, 장사가 안되면 임대료 부담이 커지면서 힘든 것이죠.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시급이 오르면 부자재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가고 차량 유지비도 올라갈 수 밖에 없어요. 그런데 팔리는 잔은 더 줄었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주변 카페를 매입하며 수익을 유지했던 점입니다. 장사가 안돼 나온 카페를 인수했던 것이죠. 카페 하나 당 수익은 떨어졌지만, 김 사장이 가져가는 수입은 어느정도 보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김 사장은 최저임금 상승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버틸 여력이 있다고 합니다. 아르바이트생을 줄이거나 김 사장 본인이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서른다섯 젊은 그이기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요새도 그의 일은 새벽에야 끝납니다.
커피 시장이 포화됐다는 말이 있습니다. 카페를 3개나 운영하고 있는 김 사장은 커피 산업 자체는 성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믹스커피에서 스페셜티까지 사람들이 먹는 커피가 다양해졌고, 먹는 커피 양 자체도 많아진 덕분이죠.
요새 그의 고민은 생각지도 못한 경쟁자들입니다. 편의점에서 커피를 ‘그럴듯하게’ 팔지 몰랐고, 각 회사 사무실에 그렇게 많은 커피 머신이 생길지 몰랐습니다. 100원짜리 인스턴트 커피를 뽑는 자판기 수준을 넘은 것이죠. 단순히 싸고 맛난 커피를 판다고 해서 살아남기 힘들어진 것입니다.
그는 카페 창업을 생각하는 예비사장님들에게 한 번 더 고민해보라고 권유합니다. 막연하게 ‘카페 사장’을 동경해서 일을 시작했다가는 몸과 맘만 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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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정도의 이야기를 나누고 팟캐스트에서 더 생생한 얘기를 나누자고 제안하자 김 사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딱히 뚜렷한 개인 시간이 없었던 것이죠. 토요일 오후 5시간 정도 쉰다고 하지만, 그 시간 마저도 ‘아르바이트 땜빵’을 해야한다고 합니다. 그만큼 개인 시간 없이 일해야 빠듯하게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김 사장이 가진 ‘장사에 대한 마인드’는 탄복할 정도였습니다.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최저시급을 줄 수없다’라는 생각, ‘쉴 새 없이 일한다’는 그의 성실성은 감동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장사 시작 전 주변 상권을 보는 시각 또한 날카로웠습니다.
이런 소사장들이 성공하고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희망이 있는 사회겠죠. 부디 김 사장이 지치지 않길 바랍니다. 그가 또다른 예비 카페 창업자들에 희망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WiFi카페는?
와이파이가 잘 통하는 카페에서 편히 쉬면서 읽을 수 있는 글을 지향합니다. 2018년에 이어 올해 5월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식음료와 IT, 우리 문화에 대해 얘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