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큰 경쟁자로 인식하지 않았던 핀테크 업체들이 갈수록 점유율을 높이고 고객기반을 확대하자 경쟁이냐, 협업이냐를 두고 고민하던 금융사들이 속속 핀테크 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과 동시에 돌풍을 일으키면서 혁신에 대한 은행권의 인식이 강해진 이유도 있다.
훌쩍 커버린 핀테크업체에 손 내미는 시중 은행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독자적인 간편송금 서비스를 고수하다, 지난 18일부터 간편송금 앱 ‘토스’(Toss) 제휴 서비스를 선보였다. 신한, KB국민, KEB하나, NH농협은행이 일찌감치 토스와 제휴했던 것과 달리 우리은행은 자체 메신저인 ‘위비톡’을 활용한 독자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토스가 지난 2월 기준 누적송금액 3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간편송금 서비스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으며 우리은행도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 방향을 변경했다는 분석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일 개인간거래(P2P)금융업체인 미드레이트, 8퍼센트와 함께 ‘P2P자금관리API’ 공동개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다음 달 중 개발을 완료하고 서비스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P2P자금관리API는 고객의 투자자금을 P2P기업의 계좌를 경유하지 않고 은행의 계정에 예치해 투자자금의 안정성을 높이는 API 서비스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오픈API를 통해 핀테크 기업이 직접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도구를 공개해왔으나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동 개발에 나서며 협력의 폭을 넓혔다.
보험사, 신용정보회사 등 협력 다양화
대형 신용정보회사들도 속속 P2P업체에 손을 내밀고 있다. 고려신용정보는 올해 1월부터 8퍼센트의 채권 추심을 담당하고 있다. 8퍼센트의 대출자가 10일 이상 연체를 하게될 경우 고려신용정보가 전문적으로 연체 채권 관리를 맡는 방식이다. SCI신용평가도 P2P금융기업 어니스트펀드와 제휴로 신용조사, 부실채권 자문, 채권 추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종합적인 채권관리 체계를 확립하고 투자자 안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이창기 NH농협은행 핀테크부장은 “금융당국이 P2P금융회사가 투자자로부터 받은 자금을 은행 등에 예치·신탁하도록 하는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내놓음에 따라 금융권과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은 증가하고 있다. 다른 금융권들도 적극적으로 핀테크 업체와의 협력 안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