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 창업의 현실..이 악물어도 한달 80만원

창업 세계 뛰어든 커피숍 사장 3인 인터뷰
생각외로 고된 육체 노동에 감정 노동도 많아
가게 홍보, 디저트 공수..모든 것 직접 관리
  • 등록 2015-06-08 오전 8:38:01

    수정 2015-06-08 오전 9:40:14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아침에 느긋하게 출근해서 상사 눈치 볼 필요없이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향 좋은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여성과 20~40대 직장인 창업 선호도 1위, 바로 커피 창업이다. 그러나 창업 전문가들은 수익을 기대하고 창업을 하는 경우 커피점을 절대 내지 말라고 조언한다. 로망과는 다른 커피점의 현실, 3명의 커피점 사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고된 육체·감정 노동은 기본..평균 월 수익 80~100만원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종각의 학원 거리. 100M도 안되는 거리에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과 개인 창업 커피숍 등이 6개가 모여있다.
김정숙(59)씨는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양재동 주택가 부근에 33㎡(10평) 커피전문점을 창업했다. 아직 장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2년간 건물 계약 기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하다.

‘고된 육체노동’, ‘낮은 수익’, ‘감정노동’ 김 사장이 가장 힘들다고 답한 세 가지다.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온 김 씨는 노후에 음악을 마음껏 들으며 지인들과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작은 커피전문점을 차리는 게 꿈이었다. 친한 동생이 딸과 함께 운영하던 커피 전문점을 접는다고 말할 때 권리금 1200만원을 주고 넘겨받았다. 초기 투자 비용은 보증금 1000만원에 수리비 500만원으로 개업 후 홍보 비용까지 총 3000만원 가량 들었다. 저렴한 편이었다. 그러나 창업 후 10개월 된 지금, 월수익은 평균 80만원이다.

김 사장은 “요리를 잘해 커피 정도야 금방 배울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커피숍 운영은 요리 실력과 동떨어진 문제였다. 인건비 때문에 아르바이트생을 쓰지 않고 커피 뽑느라 어깨까지 탈이 나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며 “직장생활을 안 해봐서 그런지 자식뻘 되는 손님들이 ‘아줌마, 아줌마’ 하면서 막 대하면 너무 자존심이 상한다”라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김수희(41) 사장도 커피숍 창업에 대해 회의적이다.

16년간 출판사에 근무했던 김 사장은 직장에 매여 엄마로서 아이들에게 소홀해지자 자영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1억8000만원을 들여 50㎡(약 15평, 테라스 활용 실평수 20평)짜리 커피숍을 내고, 바리스타 교육도 6개월가량 받았다. 초반엔 아르바이트생도 썼지만, 수익이 적어 현재 혼자 운영하고 있다. 그는 한 달 50만원도 벌기 어렵고, 무엇보다 사업을 시작하면서 가족 간 불화가 깊어진 것이 가장 참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 한 주택가에 자리한 커피숍. 이제는 주택가에도 커피숍을 쉽게 볼 수 있다.
김 사장은 “커피숍을 운영하면 가족들을 보살필 시간이 더 많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주말에도 일하고 시간이 더 없어졌다. 남편은 시간 내라고 돈을 들여 가게 차려줬더니 이젠 본인이 다 애들 저녁까지 챙겨야 한다고 불만이 많아졌다”며 “내가 하겠다고 시작한 일이라서 책임은 지지만 나도 돈 버느라 힘든데 가족들이 이해를 못 해주니 서운하다.”라고 하소연했다.

황준식(49) 사장은 프랜차이즈 커피숍을 운영하다가 가맹 본부에 사기를 당한 후 개인 커피전문점으로 돌린 케이스다.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 A급 상권에 8억5000만원을 들여 169㎡(51평)규모의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다 지금은 종로구 종각 영어 학원가 근처에서 83㎡(25평)짜리 개인 커피숍을 운영하고 있다. 월 수익은 100만원 후반이다.

황 사장은 “프랜차이즈를 하다 개인 창업으로 돌리니까 운영을 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프랜차이즈 가맹점일 때는 본사가 홍보를 다 해줬는데 이제는 직접 해야 하는 등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과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근처 대형 프랜차이즈는 ‘디저트’로 손님을 끄는 데 반해 개인 창업자들은 커피로만 승부를 걸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금력이 된다면 개인적으로 파티쉐를 고용해서 디저트를 다양하게 구축하고 싶은 것이 황 사장의 꿈이다. 하지만 인건비를 생각하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백화점에 납품하는 업체들은 작은 자영업자들이 주문하는 소규모 단위는 받지 않는다.

황준식 사장은 “가맹점을 할 때는 본사가 인테리어를 일괄적으로 강요하는 등 억울한 일들이 있었는데 개인 창업은 그런 간섭이 없는 것이 장점”이라며 “그러나 그만큼 본인이 감당해야 할 것이 많다. 가게 홍보를 비롯해 원두 구입, 관리 등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다. 절대로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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