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만에 가장 빠른 추석.."8월말 여름휴가 쓰겠다"

9월7일부터 추석 연휴..38년만에 빨라진 추석 풍경
"8월 중순에 삼복더위 벌초도 걱정"
제사상 과일값 비상..가공식품·생활용품 대체수요 기대
여름 비수기 걱정하던 유통업체 "빠른 추석 특수 기대"
  • 등록 2014-07-16 오전 8:08:51

    수정 2014-07-16 오전 11:27:45

작년 9월17일 추석 연휴를 앞두고 귀성객으로 붐비는 서울역 모습.(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안승찬 김미경 장영은 기자] 추석 연휴가 오는 9월 6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추석 연휴는 지난 1976년 이후 38년만에 가장 빠르다. 올해는 대체휴일제까지 적용해 휴일도 길다. “여름 휴가 쉬고 9월초에 또 연휴”라고 좋아만 할 일이 아니다.

평소라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말이 벌초 시기지만, 올해는 8월 중순에 가야할 판이다. “삼복더위에 어떻게 벌초할지 걱정”이라는 한탄이 벌써 나온다. 제사상에 올릴 과일값도 오를 전망이다. 출하시기 2주 정도 빨라지면서 물량이 모자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초복도 지나지 않은 한여름에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시작됐다.

8월말 휴가 급증..9월까지 ‘장기 휴가 모드’

추석 연휴 시기가 앞당겨지자 직장인들의 여름휴가 계획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7월 여름휴가자가 줄고 오히려 8월 중순과 8월말에 휴가를 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83개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올해 8월 중순에 휴가를 가겠다는 대답이 12.3%로, 작년보다 3.8%포인트 높아졌다. 특히 8월 말에 가겠다는 대답은 5.5%로, 작년(2.8%)보다 두배 가량 뛰었다.

8월 중순과 8월 말에 여름 휴가를 다녀오면, 9월초 추석 연휴까지 이어지는 황금 휴가 시즌을 즐길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8월15일 광복절 휴일도 영향을 미쳤다.

직장인 장수인씨(23, 가명)는 “회사에 약간 눈치가 보이지만 8월말에 여름 휴가를 쓰면 9월초 추석 연휴까지 연이어 쉬는 분위기가 된다”면서 “올해는 대체휴일제까지 적용되기 때문에 여름 막바지를 휴가 모드 다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빨라진 추석으로 여행사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추석연휴 비행기표 구하기는 벌써부터 하늘의 별따기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8월말과 9월초 해외 여행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작년보다 배 이상 늘어나고 있다”며 “이 기간동안 특별 여행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고 귀띔했다.

제사상 비용 10% 오른다 ‘비상’

롯데마트는 올해 추석 차례상 비용이 4인 가구를 기준으로 22만5240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작년보다 10% 오른 수치다. 추석 연휴가 평소보다 2주 정도 빨라지면서 과일 출하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과의 경우 1개당 3000원으로 작년보다 1.5배나 비싸지고, 배도 1개당 작년보다 25% 오른 5000원 정도로 예상됐다. 단감, 밤, 건대추 등의 가격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한우, 돼지고기, 계란 가격도 최고 13%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그나마 대파, 애호박, 숙주 등 채소류는 올해 풍년이어서 값이 조금 싸질 수 있다.

유통업체는 저마다 햇과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마트들은 농가를 추가로 확보하고, 비축물량을 벌써 늘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올해 추석이 작년보다 10일 일찍 찾아오고 평년보다 일러 햇과일 확보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사과와 배꽃이 평년보다 10~14일 일찍 개화해 수확기가 앞당겨진 덕분에 추석 물량 확보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가공식품·생활용품 선물 특수..“공장 풀가동”

햇과일이 부족하면 홍삼이나 연어 통조림 등 가공식품이나 일반 생활용품 선물세트로 수요가 분산될 수 있다. 날씨와 시세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 업체들과 생활용품 업체들은 내심 쾌재를 부르는 이유다.

보통 명절 때가 되면 평소보다 월 매출이 두 배 이상 뛰는 KGC인삼공사는 평소 명절 전보다 생산물량을 30% 이상 늘려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동원F&B는 이번 추석 때 연어 캔 제품 판매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고 관련 선물세트 물량을 지난해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릴 예정이다.

LG생활건강과 애경같은 생활건강업체들도 평소보다 보름 정도 앞서서 생활용품 선물세트를 준비했다. 평일 야근은 물론 여름 휴가도 9월로 미뤘다. 10∼15% 생활용품 선물세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평소보다 빠른 추석에 대비해 예년보다 2주 앞당겨 추석 선물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홈플러스가 가장 빠르다. 내달 24일까지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초복(7월18일) 보다 빨리 추석 선물 판매에 들어가는 셈이다.

롯데마트는 오는 18일부터 다음 달 23일까지 전국 108개 점포와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받는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여름 매출을 빨라진 추석을 빌미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세월호 사태 이후에 소비심리가 위축됐었는데, 휴가시즌과 빨리 찾아온 추석 연휴에 따른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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