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전용 148㎡ 아파트를 세놓은 문모(52·서울 강남구) 씨는 영어로 예비 세입자를 맞았다. 집을 보러온 사람은 국내 건설회사에 파견돼 네 식구가 함께 살 집을 찾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의 아스마리(36) 씨로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50만원에 계약하기를 원했다. 문 씨는 “이전보다 보증금이 적지만 월세가 높고 회사에서 임차료를 부담하는 것이니 밀릴 염려도 없어 세를 주려한다”고 했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주택 임대시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 이태원과 한남동, 성북동 일대의 단독주택·고급빌라 중심에서 강남지역의 아파트·주상복합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외국인 임대시장에서 월세 500만원 이하 거래비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3~4년 전까지는 글로벌 기업 임원이나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 월세 500만원 이상의 고급 주택이 임대수요의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아파트가 30~40% 가량을 점유하며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과 이웃이 되길 꺼리지 않고 소득수준에 맞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실용적인 성향이어서 외국인들이 모여살던 기존 고급주택지 밖으로 눈을 돌린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연희동, 상암동 일대의 서부권도 외국인학교 수요로 급부상하고 있다. 외국인 전문임대업체 렌트코리아의 이봉휘 이사는 “셋집을 찾는 외국인 중엔 어린 자녀와 함께 거주하는 이가 많다”며 “외국인학교 인근, 입주 5년 이내인 새 아파트라면 기대 이상의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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