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근처서 135만원으로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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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연희(사진·37) 휴트래블 앤 컴퍼니(이하 휴트래블) 대표의 얘기다. 10여년이 흐른 뒤 그는 서울 홍대 근처에 책상과 전화 하나 달랑 놓고 여행사를 차렸다. 사무실 임대료 15만원, 홈페이지 제작비 60만원 등 총 135만원이 들었다.
마 대표는 지난 2003년까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대기업 마케팅팀에서 일하다 여행에 빠져 회사를 관뒀다. 직장생활 3년만이다. 주위에서 말렸지만 “하고 싶은 걸 하겠다”는 그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나름의 목표도 있었다.
“책을 써보고 싶었어요. 제 성격이 그래서인지 한번 다녀오면 여기는 이래서 좋고, 이건 안좋다 식으로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글을 쓰곤 했죠. 이런 것들을 모아 책을 내고 싶었습니다.”
그는 여행비를 마련하려고 마케팅 관련 아르바이트와 중고등학생 대상의 과외를 했다. 2007년부터는 본격적인 여행 칼럼니스트 겸 작가로 활동하면서 태국과 인도네시아, 필리핀, 괌, 홍콩, 싱가포르 등을 다녀왔다. 1년에 두세달 정도를 해외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때 맺은 현지 관광업계와 인연이 지금은 큰 자산이 됐다. 휴트래블은 마 대표를 포함해 직원이 총 4명뿐인 미니여행사지만 동남아 관광지의 유명호텔과 직접 계약을 맺을 정도로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마 대표는 자신의 회사를 ‘맞춤 여행 공작소’라고 불렀다. 휴트래블은 정해진 일정에 여행객을 끼워넣는 이른바 패키지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 마 대표가 추구하는 여행은 ‘자유여행(Free individual travel)’이다. 여행일정과 숙박시설 등을 여행자 스스로 정하게 하는 방식이다.
“가이드 깃발 따라 여행하던 시대는 저물고 있어요. 유럽이나 일본, 한국도 그렇구요. 또 패키지 상품은 갈 때는 저렴한 것처럼 보여도 막상 도착하면 돈을 더 쓰게 돼 바가지 썼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자유여행은 그렇지 않아요. 처음에 자신이 책정한 금액 그대로 여행을 즐기고 돌아오기 때문에 여행객들의 만족도가 높죠.”
휴트래블은 여행일정 등을 짜주는 대가로 컨설팅비를 받는다. 이를 제외한 숙박이나 스노클링, 공연관람 등의 여행비용은 모두 현지 원가를 그대를 적용한다. 여행 마지막날 쇼핑센터를 의무적으로 방문케하는 일정도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의 일정에 맞게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을 다녀오려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마 대표가 4박6일 일정으로 고급리조트에 머무는 조건으로 짜준 태국 푸켓 여행비용은 유류할증료와 컨설팅비 등을 포함해 총 235만원이었다. 같은 조건의 대형 여행사 패키지 상품과 비슷하거나 더 저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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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이죠.”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2002년이었거든요. 패키지 여행이 싫어 에어텔(항공권과 호텔만 예약한 상품)로 갔는데 직접 보니 홈페이지 사진과 실제 호텔객실이 다른 거예요. 결국 제가 직접 호텔에 따져 객실을 바꿨는데 그 와중에 그냥 묵자는 남편과 크게 싸웠습니다. 비행기 타고 올땐 서로 말도 안하고 다른 자리에 앉아 왔죠.”
웃으며 당시 일을 떠올리던 그는 “여행사를 직접 운영하는 지금은 그때의 경험도 소중한 재산”이라고 했다. 마 대표는 현지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자신의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숙박지도 직접 가본 곳만을 추천한다고 했다.
“여행은 추억입니다. 그만큼 소중하죠. 그런데 우리 실수로 망칠 순 없잖아요. 한사람 한사람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사하는 그런 여행사로 키우는게 지금의 꿈입니다.” 그의 여행인생 2막은 이렇게 시작됐다.
◆마연희 대표는?
1999년 성신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외국계컨설팅 회사인 ABL에서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뗐다. 2001년 SK주식회사 마케팅팀에서 근무한 뒤 2003년 여행에 빠져 프리랜서로 독립했다. 2007년 여행정보회사 아쿠아의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다가 2010년 휴트래블을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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