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월가의 양심` 버핏 추락하나

  • 등록 2005-04-11 오전 9:23:19

    수정 2005-04-11 오전 9:23:19

[edaily 하정민기자] 기업의 윤리 경영을 누구보다 강조해 왔던 `윤리경영의 전도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생애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미국 뉴욕주 검찰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금세기 최고 투자전문가이며 세계 두번째 거부인 버핏 회장을 상대로 11일 면담 조사를 실시한다. 세계 최대 보험사 AIG의 회계부정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버핏은 버크셔해서웨이의 자회사 제너럴리와 AIG의 부당거래 의혹때문에 평생 처음으로 감독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다. 지난 2000년 제너럴리와 AIG는 보험사들이 자산손실 발생이 생길 위험에 대비해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하는 재보험상품의 하나인 `한정 보험`을 거래했다. 감독당국은 AIG가 이같은 보험거래를 통해 15억달러 규모의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제너럴리가 보험상품의 변칙적 판매를 통해 AIG의 실적 부풀리기에 일조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버핏에 대한 조사의 초점은 그가 제너럴리와 AIG의 거래를 사전에 인지했는지에 맞춰질 예정이다. 물론 감독당국은 버핏이 용의자가 아니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받게 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조사 결과 버핏이 두 회사의 거래를 사전인지 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버핏의 명성은 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월가의 양심`으로 군림해 온 버핏이 `이익을 위해 불법도 마다하지 않는 비도덕적인 기업인`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잘 알려진대로 버핏은 기업가치에 바탕을 둔 정석 투자로 세계 2위의 거부가 됐고 윤리와 정직을 강조하는 경영철학으로 더 큰 명성을 쌓은 인물이다. 그의 별칭이 `오마하의 현인`을 비롯, `월가의 양심` `윤리경영의 전도사` `투자의 살아있는 전설` `가치투자의 달인` `투자의 신` 등이라는 사실만 봐도 미국 경제계에서 차지하는 버핏의 위상을 쉽게 알 수 있다. 지금까지 버핏의 말 한 마디는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투자자들은 버크셔해서웨이가 매년 주총 후 공개하는 투자레터를 확인하기 위해 안달이다. 버핏이 어떤 주식에 투자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버핏의 투자 방식을 따라하려는 이유에서다.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유명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도 버핏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미국 유명 CEO들은 버핏의 조언을 듣기 위해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버핏의 고향이자 그가 거주하는 네브래스카 주의 시골 동네 오마하를 찾아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버핏을 찾아가 조언을 들은 CEO들은 세계 최대 거부이자 버핏과 돈독한 교분을 쌓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제프리 이멜트,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몬, 제록스의 앤 멀캐히, 월트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등 쟁쟁한 인물들이 수두룩하다. 지난 2003년 미국 경매업체 이베이는 버핏과의 점심식사를 경매에 부치기도 했다. 낙찰가격은 무려 25만달러. 버핏과 식사 한 끼를 같이 하기 위해 거의 3억원에 달하는 돈을 선뜻 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버핏의 발언이 얼마만한 가치를 지니는 지 알려주는 좋은 일화다. 일단 버크셔해서웨이 측은 버핏의 사전인지설을 강력 부인하고 있다. 버핏이 제너럴리 경영진으로부터 AIG와의 거래내용에 관해 사전 보고를 받았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로널드 퍼거슨 전 제너럴리 CEO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저지른 술수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버핏 자신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1월 "벅셔는 돈을 잃을 여유는 있어도 명성을 잃을 여유는 없다"며 자신의 연루설을 부인했다. 그러나 사건이 버핏의 바램대로 쉽게 무마될 지는 미지수다. AIG 회계부정 스캔들이 처음 터졌을 때 사건이 이 정도로 확대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미국 보험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했던 모리스 그린버그가 40년간 유지했던 AIG의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버핏 역시 비슷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SEC가 AIG 외에 다른 보험회사들과 제너럴리의 거래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어서 버핏의 입지는 갈수록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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