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한국은행은 내년 유로지역 경제가 ‘완만한 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물가상승률은 올해보다는 낮아지면서 생산비 상승 압력이 지속돼 5~6%대의 높은 상승률이 전망됐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고물가)’이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 출처: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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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에 따르면 내년 유로 경제성장률은 0.3~0.5%로 전망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0.5%,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0.3%의 성장률을 예상한다. 유로 지역은 고물가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 소비, 기업 투자 위축 등으로 완만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투자기관 등에선 올 4분기, 내년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감소해 민간소비 증가세는 제한적인데다 올해 관광수입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재화, 서비스 모두 부진이 예상된다.
반면 물가상승률은 5.7~6.8%가 예상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5.7%,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6.8%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 식료품 등은 기저효과, 수급 차질 완화로 오름세가 둔화되나 공업제품, 서비스는 원가 부담이 소비자물가로 전가되면서 높은 오름세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은 성장세 둔화 등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낮고 재정상황도 재정수입 감소, 에너지 위기 대응으로 악화될 전망이다.
한은은 “유로 경제는 성장 부문에 적지 않은 하방리스크가 잠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동절기 기후 여건 악화, 감염병 재확산 등이 주요 하방리스크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로지역 주택가격은 상승률이 앞으로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소득 부진으로 주택 매입 여력이 축소되는 데다 은행의 주택 관련 대출에 대한 신용기준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3분기 중 주택 구입용 가계대출에 대한 신용기준이 강화됐다고 응답한 은행의 비중이 32%로 2008년 4분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3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공급측면에선 2021년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난 주거용 건축 허가 물량이 완공에 들어서면서 신규 주택이 상당수 공급될 전망이다.
한은은 “앞으로 유로 지역 주택시장이 조정 과정을 거치더라도 이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여타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가계부채 수준, 거시건전성 상황이 완충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