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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시설로 지목되던 이른바 ‘똥 공장’이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축산분뇨 자원화 공장은 통상 분뇨의 퇴비화가 주된 작업이었지만, 지난 26일 찾은 제주시 한림읍 소재 제주양돈농협의 공장은 생수 수준의 물로 정화하는데까지 기술 개발을 이뤘다.
축산농가들은 탄소와 악취 발생의 주범으로 여겨지는 가축분뇨 처리에 골치를 앓아왔다. 2020년 기준 가축분뇨 발생량은 5194만t이며, 이 가운데 돼지 분뇨(2037만t)가 40%에 달했다. 가축분뇨는 보통 퇴비·액비 등 비료로 활용하는데, 이미 국내 토지는 ‘양분 포화’ 상태이고, 농경지도 점차 감소하고 있어 사용처에 한계가 있다.
제주양돈농협은 가축분뇨의 퇴·액비화를 넘어 재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정화를 강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사업을 추진 중이다. 가축분뇨 정화 처리란 가축분뇨를 생물학·물리·화학적 방법을 조합해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퇴·액비화 과정보다 높은 수준의 정화 필터 등을 통해 수돗물처럼 정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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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하루 296t 가량의 분뇨가 들어오는데 절반 수준인 148t은 방류수 수질 기준 이내로 처리해 방류하거나 공장 내 청소·조경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축분뇨의 퇴·액비화를 최소화는 동시에 악취를 저감할 뿐 아니라 물이 부족한 제주 특성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소용 뿐 아니라 직접 음용 가능하다는 게 제주양돈조합의 설명이다. 실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주도지사 시절인 지난해 4월 이곳을 찾아 직접 정화수를 마셔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실 수 있는 물의 여부를 판단하는 용해고형물질(물속에 용해된 미네랄 등 고형물질) 기준으로 보면 △수돗물 80ppm(백반분율) △제주삼다수 33ppm 수준인데, 정화수는 약 44ppm으로 수돗물보다 생수에 가까운 수준이다.
오영종 가축분뇨자원화공장장은 “최근 제주대에 진짜 마실 수 있는지 여부를 의뢰해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다만 나쁜 것도 걸러내지만 (미네랄 같은) 좋은 물질도 걸러내기 때문에 굳이 먹을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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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환경 규제다. 가축분뇨에서 정화수를 생산하는 곳은 제주양돈조합이 처음이어서 환경법에 이 정화수를 사용할 제도적 근거가 없다. 가축분뇨 정화수를 활용할 제도가 없는 이상 가축분뇨자원화공장에서 생산한 물을 외부로 반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이곳 공장에서는 지금까지 약 15개월간 3만6000여t의 정화수를 생산해놓고 공장내 조경수(1만7000t), 냉각수(8500t), 안개 분무(4700t) 등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 공장장은 “(정화 사업이) 유지비가 많이 들고 농협에서도 적자 사업이지만 조합원을 위해 진행하고 있다”며 “기술 개발은 잘됐는데 법률 규정 개정이 안돼 개인사업자들은 투자가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