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스위스 제약사 로슈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림프종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리툭산’(성분명 리툭시맙, 유럽 제품명 맙테라)이다. 이 약물은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매출액이 45억2000만 달러(당시 한화 약 5조3336억원)로 전체 의약품 중 매출 17위를 기록한 블록버스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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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툭시맙은 우리 몸속 면역세포 중 B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CD20을 타깃하는 단일클론항체다. CD20은 전구 B세포부터 성숙한 B세포까지 광범위하게 발현되는 표면 수용체 단백질로 명확한 기능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세포 내 칼슘 유입에 관여하며, 활성 B세포(형질세포)로 분화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양 사는 1997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다른 화학요법에 내성이 있는 B세포 비호지킨 림프종 환자 대상 치료제로 리툭시맙을 판매 승인했다. 유럽의약품청(EMA)도 리툭산의 유럽 제품명인 맙테라를 2004년 FDA와 같은 적응증으로 승인했다. EMA 측은 2010년에는 낭포성 림프종의 초기 치료 후 질환을 유지하는 데에도 맙테라를 쓸 수 있도록 적응증 추가했다. 현재 이 약물은 약 70여 개국에서 림프종이나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두루 처방되고 있다.
로슈는 2019년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와 자사의 리툭산을 림프종 환자에게 병용투여하는 요법을 FDA로부터 판매 승인받았다. 회사 측은 지난해 6월 리툭산과 독일 바이엘의 비호지킨 림프종 치료제 ‘알리코파’(성분명 코판리십)를 병용요법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EMA와 FDA에 각각 판매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로슈가 리툭산의 매출을 늘리기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서 리툭산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리툭시맙의 미국 특허는 2016년 9월, 유럽 특허는 2013년 2월에 각각 만료된 바 있다. 이후 각국 제약사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를 내놓는 상황이다.
리툭산 바이오시밀러를 향한 초기 개발 경쟁에서 셀트리온과 어깨를 나란히 해온 기업은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의 관계사인 산도스였다. 회사 측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릭사톤’을 개발해 2017년 EMA의 허가를 받았지만, 2018년 미국 진출을 포기한 바 있다. 하지만 FDA로부터 승인 받은 미국 화이자의 ‘룩시언스’(2019년)와 미국 암젠과 엘러간이 공동개발한 ‘리아브니’(2020년 등의 리툭산 바이오시밀러가 차례로 등장하면서 시장 경쟁이 가중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증권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기준 룩시언스의 미국 내 점유율이 트룩시마를 앞질렀다. 미국 처방실적에서 룩시언스가 20.7%로 1위, 트룩시마가 19.8%로 2위를 차지한 것이다. 두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 리툭산 바이오시밀러의 처방률은 40.4%였다. 이 기간 트룩시마 10㎎의 미국 판매 가격은 64.6달러, 룩시언스는 63.5달러였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룩시언스가 오리지날인 리툭산 또는 타사 바이오시밀러를 제치면서 향후 약물의 가격 단가가 점유율 경쟁의 핵심 단추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