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속의 지우개’ 나도 혹시 조기 발병 치매?

美 전체 치매 환자 중 3.7%가 65세 미만
'인생의 황금기'에 찾아오는 초로기 치매
'브레인 포그'와 혼동하기도…"진단·관리에 어려움"
30·40대엔 혈관성·전측두엽 치매 가능성 높아
  • 등록 2022-01-30 오후 12:20:24

    수정 2022-01-30 오후 12:20:24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팔순 어르신이 가끔 단골 가게로 가는 지름길을 잊어버리거나, 친구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평행주차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거의 없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나이가 들면서 신체 기능은 물론 뇌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사진= 픽사베이)


그런데 만약 30~50대의 젊은 사람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잘 찾지 못한다면? 이는 훨씬 더 걱정스러운 일이라며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조기 발병 치매(초로기 치매)에 대해 소개했다. NYT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 치매 질환을 앓고 있는 530만명의 미국인 중 65세 미만인 환자는 약 20만명으로 전체의 3.7% 가량을 차지했다.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의 마요 클리닉의 신경과 의사 데이비드 노프먼 박사는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치매는 황금기에 개인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특히 낙담하게 되는 진단”이라고 했다. 조기 발병 치매를 진단받는 사람들 중 대다수가 40대와 50대로, 커리어 상 한창 때이며 은퇴할 준비가 거의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부양해야 할 가족들이 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젊은 성인이 치매에 걸리는 것은 가족들이 인정하기에도 충격적이지만, 의사들도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많은 의사들이 환자들이 젊을 경우 기억력이나 인지력 감퇴 등의 증상의 근본적인 이유가 치매일 것이라고 의심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노프먼 박사는 “젊은 환자들이 ‘브레인 포그’(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멍한 느낌이 지속되는 상태)에 따른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고, 대부분 증상이 경미한 편”이라며 “정상적인 노화가 아닌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감 등에 대해서는 원인을 알기 어렵다. 신경과 의사들도 젊은 치매 환자들을 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끔 진단이 지연되고 관리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사진= 픽사베이)


네덜란드의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알츠하이머병은 초로기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50세 이전에 더 젊은 층에서 치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혈관성 치매와 전·측두엽 치매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혈관성 치매는 뇌의 혈관이 막히거나 다쳤을 때 발생한다. 이는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뇌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빼앗는 원인이 된다. 가장 흔한 증상은 기억력 문제 외에도 혼란, 집중력 감퇴를 겪고 생각이나 일을 정리하는 것을 어렵게 느끼게 된다.

전·측두엽 치매에 걸린 경우 뇌의 일부가 위축되면서 급격하게 성격이 변하거나 사회적으로 부적절하거나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정서적 무관심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운동과 기억력 문제는 질병의 후기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메이요 클리닉에 따르면 전·측두엽 치매는 40~65세 사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 정신과 질환으로 오진될 수 있다.

루이소체 치매는 젊은 층 치매의 또 다른 원인이다. 뇌에 ‘알파-시뉴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축적되어 뇌 화학에 영향을 미치고 행동, 사고, 운동 문제로 이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증상은 다른 치매 증상과 비슷하다. 추가로 환각과 같은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조현병과 유사하지만 뇌 기능의 저하 속도가 현저히 빠르다. 노프먼 박사는 루이소체 치매의 두드러진 증상은 폭력적인 꿈을 꾸고 잠을 자는 동안 실제 행동으로도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층 치매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가장 널리 알려진 요인은 반복적인 머리 부상으로, 프로 복서와 축구 선수들이 많이 경험하게 된다고 NYT는 전했다. 당뇨와 심장질환과 연관된 전신 염증도 치매를 촉진하는 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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