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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가 폭발 당시의 모습을 전했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특별이민비자를 가진 국제개발그룹 전직 직원인 한 남성은 이날 새벽부터 카불 공항에서 수천명과 함께 수송기 중 한 대에 올라타길 희망했다.
10시간째 카불 공항 외곽의 애비 게이트 근처에서 줄을 서던 중, 오후 5시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이 남성은 “마치 누군가가 발 밑에서 땅을 잡아당기는 것 같았다”며 “잠시 내 고막이 터져 청각을 잃은 줄 알았다”고 폭발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이어 “사는 동안에는 종말의 날을 볼 수 없지만 오늘 나는 그 날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됐다. 해당 남성이 국제단체와 협력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탈레반에 보복당할 것을 우려해서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20년만에 아프간을 장악한 뒤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로 카불은 아수라장이다. 폭발에서 생존한 이 남성은 “오늘 이 문제에 대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신과 부상자들을 병원으로 옮기거나 눈에 띄지 않게 하는 이들도 없었다”며 “시체와 부상자들은 거리에 그대로 있거나 하수구에 던져졌다. 그 안에는 피가 물처럼 흘렀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신체적으로 나는 괜찮지만 오늘 폭발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앞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아프간 보건당국에 따르면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폭탄 테러로 미군 13명을 포함해 최소 90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다쳤다. 테러 직후에 이슬람국가(IS)는 배후를 자처했다.
미 국방부는 테러 상황 대응하기 위해 탈레반과 협력 중이라고 밝혔다. 케네스 맥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슬람국가아프간분파(ISKP)의 공격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탈레반과 협력하고 있다”며 “비행장 주변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탈레반에 연락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