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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4일 사건의 접수·수사·처리 및 공판수행 등 공수처 사건·사무 처리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 관련 사항을 담은 사건·사무규칙을 제정·공포했다. 지난 3월 29일 검·경이 참여하는 3자 실무협의체 첫 회의를 진행한 이후 한달 여 만 추가 회의 없이 공수처 사건·사무규칙 제정을 완료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검사 13명을 임명한 데 이어 수사관 20명 선발을 마친 공수처는 이번 사건·사무규칙 제정으로, 출범 100일이 넘도록 ‘유명무실’하다는 그간의 주위 비판을 털어내고 정상적인 수사체제 가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번 사건·사무규칙 제정·공포를 놓고 “본격적인 수사체제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철저히 지키면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성역 없이 수사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실천할 토대가 마련됐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공수처는 이번 사건·사무규칙 제14조 제3항 1호 나목과 제25조 제3항을 통해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이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경우 이첩하면서도, 공수처가 추가수사 및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당 수사기관의 수사 완료 후 공수처로 이첩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즉 유보부 이첩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한 것이다.
수사공백 또는 졸속 처리 우려는 이미 흘러나온다. 공수처와 검찰 간 갈등이 되는 사안은 구체적으로 검사 사건에 대한 기소권한을 공수처가 우선적 또는 독점적으로 갖느냐의 여부인데, 지난달 23일까지 공수처에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 966건 중 검사 사건이 408건(42.2%)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중에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등도 포함돼 있으며, 실제 이들 사건은 이첩 여부를 따지는 사이 ‘황제조사’, ‘뭉개기’ 논란이 불거진 마당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검찰이나 경찰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고 이들이 제정에 동의했다면 모르겠지만, 유보부 이첩 내용이 포함됐다는 점에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사무규칙은 결국 공수처 내부 규칙이라 검찰이 이를 따라야 하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반발하고 나설 경우 제정 이전 갈등 상황은 제정 이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관 간 이렇게 갈등이 이어지면 통상 국무총리가 나서서 조율을 해야 하는데 그나마도 공석”이라며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함께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