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 끝판왕 ‘염증성 장질환’...바로 알아야 올바른 치료 가능

크론병·궤양성대장염 5년 사이 32% 증가, 식생활 서구화 원인
젊은 나이 발병해서 평생 가는 난치질환, 적극적인 치료 중요
  • 등록 2020-07-27 오전 6:05:44

    수정 2020-07-27 오전 6:05:4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환자들이 병원에서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 복통이다. 원인질환이 매우 다양해서 진단도 힘든데, 그중에서도 복잡하고 다양한 복통 증상으로 의사들도 어렵게 여기는 질환이 바로 ‘염증성장질환’이다.

‘복통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과 설사, 혈변, 체중감소 등이 동반된다. 대부분 젊은 나이에 발병해서 한번 걸리면 평생 지속하는 난치성 질환으로, 적극적인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관리가 중요하다. 최근 5년 사이에 32%나 증가한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차재명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5년 사이 32%나 증가한 염증성장질환

염증성장질환은 장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원인 미상의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젊은 나이에 발병하여 평생 지속하고, 아직 내과적 약물치료로 완치시킬 수 없는 대표적 난치병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병원을 찾는 환자도 계속 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최근 5년(2015년 5만3,274명→2019년 7만814명)사이에 32%나 급증했다. 식생활 습관의 서구화가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비슷하지만 다른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

차재명 교수는 “크론병과 궤양성대장염은 증상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면서 “둘 다 만성적인 염증이 나타나지만,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모든 소화기관에서 염증이 발생하고 궤양성대장염은 대장에 국한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초기에는 두 가지 질환 모두 복통, 설사, 혈변, 체중감소, 발열 등의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궤양성대장염은 이와 함께 대변 절박증, 후중감, 빈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젊은 나이에 반복적으로 혈변이 관찰되는데, 치질(치핵)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다가 만성으로 진행된다.

(왼쪽) 크론병, (오른쪽) 궤양성대장염
◇ 크론병은 궤양성대장염보다 증상 다양해

크론병은 궤양성대장염보다 병변이 나타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환자마다 증상도 더욱 다양하다. 초기에는 복통, 설사, 혈변, 발열, 체중감소, 항문 통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고 때로는 급속하게 진행되기도 한다. 응급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10대에서 30대에 만성적으로 장염이 반복되고 특별한 원인 모르게 복통이 지속 되면 의심해볼 수 있다. 장에 생긴 염증으로 인한 증상 외에 전신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장외증상이라고 하는데 관절, 눈, 피부, 간, 담관, 신장에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복통·혈변에 항문질환 동반되면 크론병 가능성 커

크론병 환자 3명당 1명꼴로 항문주위의 치열, 치루, 농양 등과 같은 항문주위 질환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잘 낫지 않고 재발하는 항문주위 농양이나 치루가 있으면 크론병을 의심할 수 있다. 때로는 다른 증상이 없이 잘 낫지 않거나 재발하는 항문주위농양, 치루로만 나타나는 때도 있다. 그 외에 장에 구멍이 생기는 누공(크론병 환자의 20~40%에서 발생), 장이 좁아지는 협착, 장이 막히는 폐쇄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천공으로 크론병 환자의 1~2%에서 발생하는데 대개 매우 심한 복부 통증이 발생하고, 움직일 때 통증이 더 악화하는 특징이 있다.

◇증상 비슷한 질환 많아서 더욱 까다로운 진단

크론병의 설사나 복통은 비교적 흔한 증상으로 과민성장증후군, 세균성 장염, 대장암 등 다른 많은 질병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 때문에 크론병은 임상 증상과 경과, 내시경검사, 영상학적 검사, 조직검사 등을 종합하여 진단하게 된다. 때로는 한 번에 확진되는 것이 아니라 병이 진행되면서 확진이 될 수도 있다. 궤양성대장염도 혈변이 흔히 관찰되는 치질(치핵)로 오인할 수가 있어, 내시경검사를 통해 진단하게 된다.

◇치료목표는 증상 없어지는 ‘관해’ 상태 유지

차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은 완치가 어려워서 완치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면서 “위장관의 염증을 조절해서 증상이 모두 없어진 상태를 관해라고 하는데, 관해를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일차적인 목표다”고 말했다. 염증성장질환은 환자에 따라 질병이 생기는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할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도 모두 다르다. 각 환자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염증성장질환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본치료 약물, 5-ASA 및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사용

염증성장질환의 기본 사용 약제는 5-ASA다. 비교적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관해 유도와 유지를 위해 사용한다. 스테로이드는 5-ASA만으로 효과가 부족하거나 증상이 중등도 이상이면 사용하는데, 매우 효과적이지만 장기 사용 시 부작용이 많아 급성기 단기간 치료를 목표로 사용하게 된다. 면역조절제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했었던 환자에게 관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투여한다.

생물학적 제재는 최근 개발된 신약으로 생물체에서 유래된 물질을 이용하여 생성시킨 물질을 함유한 의약품이다. 다른 약물을 사용하여 잘 치료되지 않는 중증도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투여한다. 효과가 매우 뛰어나지만, 보험 규정이 까다로워 모든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다. 생물학적 제재를 사용하면서 질병의 경과를 호전시키고 수술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차 교수는 “생물학적 제재 등 다양한 신약으로 치료에 불응하거나 약제 부작용이 있는 환자에서 다양한 치료적 선택을 가능하게 하고, 치료 효과는 최대화,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면서 “염증성장질환 치료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을 찾아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한다면,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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