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폭행'한 팀닥터, 지난해까지 故 최숙현 근처서 살았다

  • 등록 2020-07-07 오전 7:38:19

    수정 2020-07-07 오전 7:38:19

가혹행위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의 2016년 증명사진.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팀 내 가혹행위로 지난달 26일 극단적 선택을 한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국가대표 출신 고(故) 최숙현 선수. 최 선슈 유족이 가해자로 지목하고 있는 팀닥터(운동처방사)가 최 선수가 부산시청으로 소속팀을 옮기기 직전인 지난해까지 경북 경산시에 있는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숙소 바로 인근에 살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7일 중앙일보는 최 선수 유족과 체육계 인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팀 닥터는 최 선수의 숙소 근처 원룸에서 작년 말까지 살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팀 숙소에 드나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경주시체육회 관계자는 전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은 경주에 50m 길이의 수영장이 없어 경산시 경북체육고등학교 수영장 등에서 훈련을 했다. 이 때문에 숙소도 근처 원룸을 구해 사용했다. 이마저도 경주시에서 매년 지원한 9억 원 정도의 보조금에서 월세를 냈다.

결국 중학교와 고등학교, 다시 실업팀에서까지 팀닥터가 최 선수 주변에 있었던 것. 그는 훈련을 마치고 숙소에 돌아와서도 마음 편히 머무를 수 없었다.
고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과 이용 의원 등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팀 닥터는 최 선수 가혹행위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일반적으로 팀닥터는 운동 경기에서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지칭한다. 하지만 경주시청 팀닥터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등 다른 자격 등도 갖추고 있지 않은 운동처방사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결국 최 선수의 가혹행위를 주도한 팀닥터는 “자신이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라고 선수단 등에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팀닥터는 선수단 부모들로부터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선수의 아버지는 “(팀닥터) 본인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라)하고 주위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라며 “선수 몸 관리 비용으로 한 달에 100만 원씩 팀닥터 앞으로 입금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최 선수와 유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금액은 1500여만 원에 달했다.

최 선수가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녹취록에는 팀닥터의 폭행 및 폭언 등의 가혹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팀 닥터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 이리와 뒤로 돌아”, “나한테 두 번 맞았지? 너는 매일 맞아야 돼”, “선생님들 마음을 이해 못 해. 욕먹어 그냥 안했으면 욕먹어” 등의 말을 하며 20분 넘게 폭행했다.

팀닥터는 최 선수 및 다른 선수들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함께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술을 마시면서도 최 선수의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밀쳤다.

이에 대해 최 선수의 아버지는 “팀닥터가 우리 숙현이 심리치료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른 남자 동료들한테 (팀닥터가) ‘쟤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애가 스스로 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을) 들은 동료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에 폭행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2개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 중이다. 최 선수 외에도 팀 내에 15명이 피해 사실을 경찰에 증언했다고 한다.

앞서 최 선수는 지난달 26일 부산시청 트라이애슬론 직장운동부 숙소에서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메시지를 가족에게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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