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빅뱅]②치킨은 여의도·반포, 자장면은 양화·잠실‥한강공원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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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 찾아주는 '데이터 거래'
데이터거래소 개설 29일 만에
58개사 참여..315건 등록, 113건 팔려
네이버·카카오도 '마이데이터' 군침
  • 등록 2020-06-09 오전 6:32:00

    수정 2020-06-09 오전 9:37:40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한강공원도 각자가 다르다. 이촌·난지·광나루·양화·잠실한강공원은 전 연령대가 고루 찾는 반면, 20대가 주로 찾는 한강공원은 여의도·반포·뚝섬한강공원이다. 20대는 주로 저녁부터 심야시간에 이곳을 찾는다. 한강공원에서 음식 배달로 지역별, 시간별 차이가 있다. 전체 평균으로 치킨이 가장 많이 찾는 배달음식이지만, 유독 여의도한강공원(77.5%)과 반포한강공원(69.5%)에서 치킨 소비가 많다. 치킨 배달 주문은 주말(65.5%)보다 평일(70.8%) 주문 비중이 더 높다. 햄버거와 자장면의 경우 특히 양화한강공원(36.9%, 16.2%)과 잠실한강공원(28.5%, 12.2%)에서 주문 비중이 높다. 한강공원에서는 배달앱을 이용하지 않고 전화로 직접 주문하는 비율도 87.7%에 달한다.

이 사례는 KB국민카드가 현재 금융데이터거래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한강공원의 지구별 이용자 및 소비 트렌드’ 및 ‘한강공원 내 배달음식 이용 트렌드’ 데이터의 극히 일부분이다. 만약 이 데이터를 확보했다면 한강공원 인근의 치킨 장사는 여의도한강공원과 반포한강공원 인근이 유리하다는 점을 바로 알 수 있다. 한강공원에서 평일 저녁시간대 배달앱보다 전화를 통한 직접 주문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평일 저녁 때 전단지를 배포하는 것도 방법이다.

한강공원의 지구별 이용자 및 소비 트렌드.(자료=KB국민카드 제공)
한강공원 내 배달음식 이용 트렌드.(자료=KB국민카드 제공)
아파트 거주자 정보, 상가 창업에 활용

데이터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가 뜨겁다. 지난달 11일 문을 연 금융데이터개래소에는 한달이 채 되지 않은 기간동안 은행·카드·보험·신용평가사 등 58개 기업이 참여자로 등록했고, 총 315건의 데이터가 올라온 상태다. 이 중 누적 113건이 유료 또는 무료로 거래가 성사됐다. 각자 보유한 데이터를 가공해 사고파는 시대가 본격화된 것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아파트 단지별 거주자 정보’ 데이터를 데이터거래소에 내놨다. 이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한 대단지 아파트에는 전문직(25%) 및 회사원(20%), 연 소득 3000만~5000만원(25%)인 50대 남성(13%) 및 여성(14%)이 주로 살고 있다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확인해 어떤 가게가 가장 장사가 잘될 수 있는지 예측이 가능해진다.

‘데이터가 곧 돈’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금융회사들은 데이터 경쟁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한 은행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 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몰라보게 달라졌다”면서 “이미 수천만개의 거래 고객과 입출금 거래 정보를 활용해 지역단위 소득, 지출, 금융자산 정보 등의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데이터3법 시행 앞두고 경쟁 가열

금융보안원이 선보인 금융데이터거래소에 올라온 정보는 아직 ‘맛보기’에 불과하다. 각각의 익명화된 개별정보 데이터 원본을 올리는 게 아니라 각자 회사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통계’ 데이터를 올려놓았다. 올해 초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됐지만, 아직 구체적 시행령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는 8월 개정 신용정보법이 시행되면, 각 회사가 보유한 특정 고객의 정보를 취합·결합한 뒤 ‘가명(비식별)정보’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이름을 가린 개인정보가 본격적으로 거래될 수 있다. ‘데이터 빅뱅’이 열릴 수 있다.

금융회사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마이데이터(MyData·본인신용정보관리)’ 사업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의 은행 거래 내역, 신용카드 사용 내역, 통신료 납부 내역 등 한 개인을 둘러싼 다양한 정보의 권한을 개별 회사가 아니라 소비자 개인에게 부여하는 게 핵심이다. 자신의 정보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확보하게 되면 각 기업과 기관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라고 지시할 수 있고, 이 정보를 제3의 특정업체에 제공해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마이데이터 산업이 본격화되면 다양한 형태의 소비자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결국 승패는 누가 데이터를 받아오느냐에 따라 갈릴 공산이 크다. 금융회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부터 28일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 사전 수요조사에 금융사 55곳, 비금융사 41곳, 핀테크사 20개 등 총 116개 기업이 대거 몰렸다. 네이버와 카카오도 출사표를 낸 상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흩어져 있는 개인신용정보를 한 번에 확인하고 통합 분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라며 “여전히 개인정보를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 지에 대한 사회적 문제나 윤리성의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정보보안 인식전환 등 개인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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