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SRE]"사업전망 불확실…AAA 현대차 등급 낮춰라"

''최고 신용도'' 현대차도 하향 의견 강세
설문 참가자, 재무안정성보다 사업 불확실성에 무게
  • 등록 2018-05-15 오전 6:00:00

    수정 2018-05-15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김무연 기자] ‘우량기업’이라 평가받는 기업들의 신용등급 적정성에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내 최고 신용도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부터 롯데그룹(롯데쇼핑(023530)·호텔롯데)에 이르기까지 등급 하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면 우량기업이라 하더라도 등급 조정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판단과 재무안정성을 우선시하는 신용평가사 간의 시각 차이가 드러난 부분이다.

◇국내 최고 신용도 현대차도 ‘등급 내려라’

이데일리가 실시한 27회 SRE(서베이 오브 크레딧 레이팅 바이 이데일리)에서 기업 등급 적절성(워스트레이팅)을 묻는 질문에 대신F&I, 현대차(005380), 롯데그룹(롯데쇼핑·호텔롯데)이 40개 대상 기업 중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워스트레이팅 득표율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는 시장 관계자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대신F&I는 유효 참가자 188명 중 50명(26.6%)으로부터 표를 받으며 워스트레이팅 1위에 자리매김했다. 표를 던진 50명은 모두 대신F&I의 신용등급(A+)을 지금보다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34명(18.1%)의 선택을 받으며 2위에 오른 현대차(AAA) 역시 33명이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한국항공우주산업(AA-)과 롯데쇼핑(AA+)·호텔롯데(AA) 역시 각각 33명(17.6%), 27명(14.4%)에게서 표를 받으며 3위와 7위를 기록했다. 역시 등급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들 기업은 최근 2년 사이 워스트레이팅 명단에 오르며 등급 적정성을 지적받아왔다. 지난 25회에서 9위에 올랐던 대신F&I는 회를 거듭할 때마다 4계단씩 순위가 상승했다. 26회에 처음 워스트레이팅 대상 기업에 포함됐던 KAI와 현대차는 그 회 1위와 3위에 오르며 등급 적정성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지난 회 공동 1위를 기록했던 롯데그룹 역시 지난 24회부터 꾸준히 워스트레이팅 상위 10개 항목에 이름을 올렸다. 신용평가사들이 내놓은 기업 등급과 시장 관계자들의 시각이 지속적으로 엇갈린 것이다.

◇사업 불확실성 우려, 등급 하향 압박으로 번져

현대차나 롯데그룹 등 재무구조가 안정된 기업들조차 등급 하향 요구가 강세를 보인다는 점에서 시장 관계자들이 재무안정성보다는 사업의 불확실성 측면에서 기업을 평가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최고 신용등급인 ‘AAA’ 등급을 보유 중인 현대차는 미국·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의 주요생산 차종인 승용차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걱정 어린 시선이 늘었다. SRE 자문위원은 “계열 부품업체인 현대위아(AA)의 등급 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된 것이 현대차 등급 조정의 시그널”이라고 분석했다.

대신F&I는 한남동 고급 아파트 분양사업 ‘나인원 한남’에 발목을 잡혔다. 고분양가 책정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업이 지연되는데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한 우발채무 부담도 전망된다. KAI는 방산비리 의혹과 분식회계 논란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 훈련기 사업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마트·면세점 사업으로 실적 개선에 빨간등이 켜졌다.

또 다른 SRE 자문위원은 “현대차나 롯데그룹은 재무구조에 큰 문제가 없어 단기간 신용등급을 내릴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현대차 같은 초우량 기업도 신차 판매 등의 돌파구를 통해 사업 불확실성을 걷어내지 못하면 등급 하향 압박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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