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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 국가 정상들과 만나 서로 힘을 합쳐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막아내자고 호소했다.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물의를 일으켰던 이슬람에 대한 강경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이슬람 국가와의 화해를 시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 기조연설에서 이슬람 국가들과 힘을 합쳐 이슬람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척결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테러리즘이 전세계 곳곳에 퍼져 있다”고 운을 뗀 뒤 “평화로 가는 길이 지금 고대의 땅이며 신성한 땅인 이 곳(=중동)에서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對)테러전은 다른 믿음이나 종파, 문명간의 싸움이 아니라 바로 선과 악의 싸움”이라며 “인류의 삶을 지워 버리려는 야만적인 범죄집단과 이를 보호하려는 모든 종교를 믿는 선량한 이들간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슬람권 55개국 정치 지도자가 참석한 이날 연설에서 그동안 논란을 일으켰던 이슬람 혐오라는 이미지를 말끔하게 씻어내려는 듯 이슬람 지도자들과 돈독한 모습을 과시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자주 사용해 온 `급진 이슬람 테러리즘(radical Islamic terrorism)`이라는 용어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슬람 관련 발언이 부드러워졌다면서 이슬람권 국가와의 관계 재설정을 위해 온건한 연설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걸프협력회의(GCC) 6개 회원국 정상과 한 정상회담에서도 테러리즘과 극단주의에 함께 대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회담이 시작되기 직전 렉스 틸러스 미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빈나예프 사우디 제1왕위계승자 겸 내무장관은 테러조직에 자금줄을 감시·차단하고 이를 처벌하는 데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