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찾는 고려청자를 만든 주인공은 전남 무형문화재 청자기능 보유자이자 청자 명인 1호인 강진탐진청자의 김경진(56) 명인이다. 김 명인의 고려청자는 색이 곱고 선이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가볍고 강도가 높아 장식용 외에 일반 생활용품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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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된 고려청자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던 시절 조기정 선생님이 돼지고기 한 근을 사가지고 찾아와 어려움과 고민을 들어주셨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생님을 따라 고려청자 연구와 제작에 들어갔다. 선생님은 고려청자에 있어서 아버지와도 같은 분”이라고 김 명인은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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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청장에 대한 그의 열정은 30년 동안 식지 않았다. 2012년 신장이식 수술을 할 때 빼고는 단 하루도 도자기 만드는 일을 쉰 적이 없다. 김 명인은 “도자기를 만들 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 아픈 몸도 물레에 앉아 반죽을 빚을 때면 씻은 듯이 낫는 기분이 든다. 도자기는 인생의 치유제며 마음의 안식처다”라고 고려청자에 대한 애착을 전했다.
김 명인의 둘째 딸 김보미(27) 씨도 부친의 능력을 이어받아 고려청자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유망주다. 부친이 전통을 고수한다면, 김보미 씨는 고려청자 커피그라인더, 자개를 입힌 고려청자 에스프레소 잔 등 현대적 감각을 입힌 작품을 주로 만든다.
처음에는 이런 김 씨와 김 명인 간의 갈등도 많았다. 하지만 보미씨가 대한민국 청자공모전 디자인 부문 최우수상(2013년), 대한민국 공예품대전 금상(2014년) 등을 수상하면서 세상에 인정을 받기 시작하자 김 명인도 딸의 길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인 후원자로 돌아섰다.
김 명인은 “문화도 다양한 방향으로 성장한다. 딸이 가고 있는 길도 그런 방향 중 하나로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전통이라는 본연의 모습은 어딘가에서 유지해주길 바랄 뿐이다. 뿌리를 잊은 전통문화란 존재하지 않는다. 딸의 길을 응원하며, 훌륭한 작가가 될 것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