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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승준 기자] ‘삼둥이아빠’ 송일국은 최근 백두산을 밟았다. 세 아이까지 떼어놓고 5박6일 일정으로 중국 하얼빈 등을 다녀왔다. 의사 안중근의 항일운동 발자취를 밟기 위해서다. 안중근을 소재로 한 연극 ‘나는 너다’(27일~12월 31일 광림아트센터)를 앞두고 한 ‘정신무장’이다. “항일운동 지역을 다녀온 뒤 무대에 서면 정말 눈빛과 발성이 달라진다.” 첫 공연도 아니고 3년 만의 앙코르공연인데 또 다녀왔다. 자비를 털어 10여명의 배우 경비까지 댔다. 그만큼 책임감이 크다는 얘기다. “배우로 다시 태어난 계기를 마련해 준 작품이니까.”
송일국은 2010년 슬럼프를 겪었다. 2007년 드라마 ‘주몽’ 이후 내리막길을 걸어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 때는 연기 혹평까지 들었다. “몸 만들기 같은 겉멋에 치중했다. 지금 생각하면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 마음고생이 컸던 그는 ‘나는 너다’를 준비하며 어머니 김을동에게 손을 내밀었다. 연기로 도움을 청하기는 처음. 1980년에는 ‘김을동 사단’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송일국의 어머니는 후배들의 좋은 연기 스승이었다. 유동근도 ‘용의 눈물’을 찍을 때 새벽에 대본을 들고 김을동을 찾아갔을 정도였다. “‘나는 너다’ 대본이 하늘에 날아다녔다. 다른 후배들에겐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아들이라 못한다고 더 역정을 내신 것 같다.” “연기에 대한 갈망이 생겼다”는 송일국은 어머니와 연출을 맡은 윤석화의 도움으로 슬럼프를 이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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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얻은 세 아이 덕에 송일국은 다시 빛을 봤다. 최근 KBS2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 코너 ‘슈퍼맨이 간다’에 함께 출연해 ‘국민아빠’가 됐다. “아내가 임신한 후 정말 힘들어했다. 출산에 임박해서는 한 걸음 내 디딜 때마다 울었고 제대로 눕지도 못했다. 혈액공급으로 심장에 무리가 가 못 버티는 산모도 있다고 할 만큼 세 아이 출산은 어려운 일이었다.” 송일국은 그때 아이들이 돌이 될 때까지는 일을 접고 육아만 해야겠다 결심했다. “세상일이 세옹지마라고 내가 육아의 달인이 될 줄 누가 알았겠으며 이렇게 아이들 덕을 볼 줄은 또 누가 알았겠는가. 그저 신기할 뿐이다.”
송일국은 세 아이를 얻은 후 “다른 사람이 됐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듣는다. 낯가림이 심했던 사람이 농담도 늘고 편안해져서다. 청산리대첩을 승리로 이끈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자이자 ‘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외손자. 이 틀을 깨자 배우로서 보폭도 넓어졌다. ‘주몽’ ‘바람의 나라’로 장군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최근 삼류건달(영화 ‘플라이하이’)에 나약한 아버지(영화 ‘현기증’)도 연기한다. “‘장군’하다가 ‘신’이 된 후 ‘아빠’로 내려왔다고 하더라. 고정됐던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