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전략포럼2010)마크 파버 `대(大) 파동을 꿰뚫는 통찰`

  • 등록 2010-06-02 오후 4:39:07

    수정 2010-06-02 오후 4:39:07

[이데일리 정영효 기자] "나는 곧잘 사회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반유대주의자, 전쟁광이란 비난을 듣곤한다. 부유층과 고객의 이익만 대변하고 소액투자자들은 안중에도 없단 지적도 받는다. (2002년부터) 금에 투자하라고 조언했을 때는 `금값이 곧 온스당 200달러까지 떨어질텐데 이런 바보 천치(comlete idiot)를 봤나`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닥터 둠(Dr. Doom)` 마크 파버가 매월 발간하는 투자정보지 `글룸 붐 앤 둠(www.gloomboomdoom.com)` 5월호를 통해 털어놓은 말이다.

대세에 편승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 이를 거스르고자 할 경우 역풍을 감수해야 한다. 애널리스트가 상승장에서 `매도` 의견을 내는데 용기가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대세 상승장마다 `주가가 극단적으로 고평가돼 있어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라는 진단으로 찬물을 끼얹은 파버는 말할 것도 없다.

`블랙먼데이`를 예측, 비관론자의 대명사가 된 마크 파버지만 그의 분석을 찬찬히 따져보면 박사학위를 굳이 `파국(doom)`에 국한할 게 아니라 `호황(boom)`까지 복수학위를 줘도 무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대세에 반하는 듯한 진단을 내놓는 파버지만 정작 그의 분석기반 역시 대세, 즉 경기순환이다. 차이가 있다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단기사이클에 관심을 빼앗겨 단기반등을 추세전환으로 착각하곤 하는 반면 파버는 훨씬 큰 파동을 그리며 진행하는 장기사이클을 함께 본다는 것이다.

블랙먼데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IT버블 붕괴 등 파버의 `우울박사` 논문은 모두 장기사이클의 상승곡선이 꺾이는 시점을 포착한 것들이다. 이런 점에서 파버는 초지일관된 비관론자라기보다는 경기순환의 맥을 잘 짚어내는 수맥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경기순환은 매우 복잡한 현상이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즉 경기변동은 항상 우리 곁에 있을 것이며 정부의 개입도 직접개입이든 통화당국을 통한 간접개입이든 주기적 경기순환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파버는 2002년 중·장·단기사이클이 경기순환의 정점을 지나거나 이미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을 들어 미국 부동산발 경기침체를 예견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이어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파버의 예측은 다시 한번 맞아 떨어졌다.

이제 경기침체의 깊이와 더블딥(경기반등 후에 또다시 경기침체가 나타나는 현상)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시장이 다시금 파버의 분석에 주목하는 것은 중·장·단기사이클의 동반 하향세라는 부분이다. 20세기에 중·장·단기사이클이 모두 하향곡선을 그렸을 때 경험한 것이 대공황이기 때문이다.

파버가 장기순환에 주목하는 것은 경제사를 전공한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2002년 마크 파버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을 전망한 것은 지금까지도 `대부분이 당시에는 예상치 못했지만 결과적으로 맞아떨어진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당시 파버는 1780년 이후 미국의 도매물가 추이, 1780~1920년 동안 미국, 영국, 프랑스의 원자재 가격 추이, 1790년 이후 미국의 장기금리, 13세기 이후 서유럽의 곡물가격과 송·원 시대 이후 중국의 식량비축 규모 등을 동원해 "역사상 원자재 가격이 이처럼 쌌던 적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역사상`이란 단어를 쓸 자격을 갖춘 사람이다.

경기의 큰 흐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파버는 종종 큰 변화, 대형 사건은 잘 짚어내지만

미세한 변동이나 정확한 타이밍을 짚는데는 실패한다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의 패러다임이 모조리 바뀌어가는 이 때 큰 맥을 짚어주는 파버의 분석은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다.

경기순환과 함께 파버 분석을 이루는 또하나의 바탕은 오스트리아 학파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자유시장 경제를 강조하고 정부의 개입을 부정적으로 본다. 신자유주의로 대표되는 시카고 학파의 토대가 되는 학문 분파다.

경기호황기의 끝물에는 너도나도 투자를 늘린 결과 신용과잉 상태가 된다. 오스트리아 학파는 신용과잉이 정상화되는 과정을 경기후퇴라고 보는데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신용팽창(경기부양) 정책을 쓰는 것은 경기후퇴가 발생하는 시점을 늦출 뿐 시장을 왜곡시켜 더 심각한 후퇴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영향을 받은 파버가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 정책에 지극히 비판적인 이유다.

"각국의 중앙은행들, 특히 미국의 연준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신용팽창 정책으로 디플레이션을 막으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심각하고도 장기적인 불황의 이유가 되고 있다."

파버가 최근 "장기적으로 달러화는 휴지조각이 될 것이다"라거나 "미국 장기 국채는 우리 자손 대에 이르러 액자에 걸어놓는 기념물로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독설을 내뱉는는 것도 이 때문이다.

`헬리콥터 벤`으로 불리는 벤 버냉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되면서 케인지언과 마크 파버의 대결은 더욱 볼만해지게 됐다.

파버는 버냉키가 차기 Fed 의장의 물망에 오르기도 한참 전인(당시에는 뉴욕 연준 이사였던 티모시 가이트너 현 재무장관이 앨런 그린스펀의 뒤를 이을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2003년 이미 그를 주적으로 선정한 바 있다.

"미국에는 그린스펀도 있지만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 헬리콥터에서 뿌릴 수도 있고 만약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보다 더 극단적인 정책도 실시할 수 있다고 공언하는 벤 버냉키 연준 이사와 같은 정책결정자들도 있다."

경기침체기에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는 정책은 대공황 이래 전세계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해법이다. 그러나 IT버블 붕괴 후 그린스펀이 실시한 초저금리 정책이 지금의 위기를 잉태했다는 비판처럼 정부의 신용팽창 정책은 또다른 위기를 낳는다는 파버의 분석 또한 틀리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조류가 물러나고 케인지언이 재집권한 2010년 파버의 진단은 그래서 더욱 주목할 가치가 있다. 그를 이데일리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획한 `세계전략포럼 2010(WSF 2010)`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파버는 포럼 둘째날인 6월9일 오전 11시10분부터 11시25분까지 `경제위기 이후에 세계경제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한다. 이어 신현송 청와대 국제경제 보좌관, 해미시 맥레이 인디펜던트지(紙) 비즈니스 금융부 편집부장,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 등과 함께하는 패널 토론을 통해서도 그의 진단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전략포럼 바로 가기☞http://www.ws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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